詩詩한 일기 10
사람으로 태어나서 자신을 돌이켜 보는 일이 싶지 않은 것 같아요. 20대 후반에 사업을 시작해서 한때 잘 나가던 때도 있었어요. IMF를 맞고서 나도 더불어 다운이 됐었죠. 참 아찔하더군요. 방법이 없었어요. 생각도 하기 싫지만, 극단적 선택만이 내가 살길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기적 같이 살아나 거울 앞에 서서 나를 자세히 보았어요. 욕심에 눈이 멀어 우왕좌왕하던 내가 주마등처럼 지나갔어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죠. 탐심을 제거하는 일이 제일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지금은 완벽하다는 뜻이 아니예요. 아직 많이 부족해요. 그렇지만 짐승 같은 껍질은 조금 벗겨진 것 같아요. 나는 내가 두 번 산다고 믿고 있어요.
환승
암울한 시간이 동굴처럼 막막해서
시계 부속이 오류를 일으키며 째깍거립니다
나는 가고 너는 오는 다리 위에서
고독이야말로 죽기 좋은 명분
가장 어둡고 밝은 교차로 0시
도시가 벚꽃처럼 집니다
밝아올 아침은 허들어진 꽃 따위와 상관없어
어제까지 막장 드라마를 보았고
클라이맥스가 뻔해서 슬프게 웃었습니다
소주 둬 병을 들이켠 민낯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기척 없이 다가온 호명에 고개를 숙입니다
안온한 죽음을 부르는 꽃비가 계절을 덮을 때
짐승이던 내가
비로소 사람 말을 합니다.
나는 이제,
순탄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