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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Nov 27. 2024

소복한 첫눈



온 세상을 휘감을 듯한
소란스러운 광설
하늘이 무너져 내리듯 쏟아지면
발아래 고개 숙여진 나무들 사이로
기지개를 펴고 나오는 눈꽃

분주하게 움직이는 발걸음이 잘박잘박
어지러이 흩어져버린 단풍들이 들썩들썩
가을의 짧은 발걸음을 담아
눈보라와 함께 날아가버리고 말았던
잃어버린 추풍의 자취

원초적인 상황들의 현란한 너울거림이
현세의 탐욕과 세속을 가리기 위한
눈폭풍의 포효와 더해지면
의지와 상관없이 겪게 되는 고립과 단절의 시간

허무하게 끝이날 걸 알면서도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던 균열들 사이
끝없이 펼쳐진 어지러운 발자국들 안에
속박을 묻고 망각을 꺼내보면

고요하고 격렬한 침묵 속에서
홈착홈착 씻겨진 눈을 마주하고
몸부림치는 비바람을 맞이하며
휘청이는 발걸음을 다시 멈추고
감겨진 손끝에 비춰지는 희미한 그림자

하늘에서 끝없이 터져 나온 아우성이
사그라드는 시기가 도래할 때
방긋 솟아난 한줄기 빛을 따라
말끔한 기지개를 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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