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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가 상추 이불을 덮고 있어요!

꼬마 농부의 텃밭 가꾸기

by 강진경

시아버님께서 우리 집에 오시기 전 가장 기대하셨던 것 중 하나는 손녀와 함께 주말농장 텃밭에 가는 일정이었다. 아버님은 주말농장 사진을 보내드릴 때마다 자연 속에서 소은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셨다. 또 돌아가신 시할머님께서 소일로 가꾸셨던 텃밭이 생각난다고 좋아하셨다.


드디어 시부모님께서 상경하시던 날, 우리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주말농장으로 향했다. 할아버지와 손녀는 함께 상추를 뜯고, 우리는 이날 처음으로 대파와 고추도 수확했다. 초록색 고추가 대롱대롱 탐스럽게 열리고, 대파는 땅을 뚫고 나와 쑥쑥 자라 있었다. 언제 이렇게 자란 걸까. 신비로운 자연의 힘에 놀랄 무렵, 귀여운 방울토마토가 눈에 보였다. 토마토는 아직 초록색이었다. '다음에 오면 딸 수 있겠지?'이런 기대를 안고,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부모님과의 행복한 추억이 하나 늘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시어머님께서는 양념장을 끓여 상추 장아찌를 만들어 주셨다. 어머님은 손수 양념장을 끓이고, 식히고,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으시며 '버리지 말고 꼭 먹어라.'라고 당부를 하셨다. 그날 이후 냉장고에서 상추 장아찌를 볼 때마다 어머님 생각이 났고, 그날의 추억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지곤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주말에 참석할 결혼식이 있어 남편이 친정 부모님과 함께 소은이를 데리고 주말농장 갔다. 친정이 가까운 덕에 친정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아이는 그날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자연 속에서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에, 멀리 가지 않고, 조부모님과 손녀까지 3대가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주말농장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남편이 주말농장의 여러 모습을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는데 사진 속 방울토마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시부모님과 갔을 때 보고 온 초록색 방울토마토가 드디어 빨간색으로 변해있었다. 4월 10일에 모종을 심은지 두 달 만의 일이었다. 아이의 고사리 같이 작은 손에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앙증맞게 빛났다. 토마토의 양이 많지 않았지만 소은이는 얼마 되지 않은 토마토를 엄마에게 줄 거라고 먹지 않고 가져왔다. 그날 나는 아이 덕에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새콤한 토마토를 맛볼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소은이는 상추 위에 달팽이가 있는 사진을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엄마, 달팽이가 상추 이불을 덮고 있어요!"


상추잎 속에서 놀고 있는 달팽이를 본 소은이는 달팽이가 상추 이불을 덮고 있다고 까만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맞아, 아이들은 시인이었지!

잊고 있던 아이의 감수성이 자연에서 다시 살아나는 걸 느낀다. 자연은 아이들의 또 다른 놀이터와 다름없다.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반짝이는 아이를 보며 텃밭을 가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마다 갈 곳이 있다는 것도, 우리 가족을 기다리는 생명들이 있다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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