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모으고 모으면. 그래서 한가득. 한 번에 삼키면. 고통 없이 죽는다는 거잖아. 22시, 식어버린 늦은 밤의 정적이 미치도록 새하얀 병원을 검게 물들이는 시간. 나는 말해. “수면제 주세요.“ 이어지는 부스럭 소리. 혹여 누구라도 깨서 들킬까, 내가 잠도 이루지 못하는 중증 병신이라는 걸 알게 될까 무서워 숨소리를 죽이고. “아차, 죽이는 건 더러우니까 자살했다고 하자. 숨소리 너가 먼저 죽으면, 내가 따라갈게. 너무 외로워하지 마.”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몇 초가 지났나, 드디어 받는 선홍빛 알약. 흡수하듯 삼켜버리면 그대로 잠들어 기억은 원래 없었다는 듯 사라지는데, 찝찝함과 불쾌는 여전히. 이것들도 데려가. 제발. 약효와 섞인 잠결은 부드럽지만 너무 가깝게 붙어있어. 바꿔 치듯 찾아온 아침, 침대에 누워 천장 조명을 멍하니 바라보며, “잠결은 내 팔뚝 피부결이랑 다르게 매끄럽네. 거칠지 않아. 부럽다. 잠만 자면 그렇게 되나? 나도 잘래. 영원히.“ 같은 생각을 계속. 이젠 없으면 안 될 지경이 되어버렸네. 수면제나 이런 생각이나. 22시, 혼자서 주고받는 대화와 같은 곳을 몇 분째 긁는 손톱이 정적을 흩트리는 시간. 나는 말해. ”수면제 주세요.” 이어지는 부스럭 소리. 이틀이 지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