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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Oct 21. 2021

일제가 남긴 성 인식의 특징

이 글은 2021년 10월 20일에 발간된  <표류사회 : 한국의 여성 인식사> 의 일부 내용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표류사회>에서 만나 주세요~ ^^ 감사합니다.



 일제가 이 땅에 심어 놓은 그들의 성 인식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었다. 


 첫째, 여성의 성을 바라보는 인식이 매우 이중적이었다. 여성은 순결한 아내와 성욕 해소를 위한 창녀로 이분화되며, 특히 창녀의 성은 ‘나와는 다른 대상’인양 물질화·타자화되어 있었다. 애당초 사랑과 성을 별개로 보며 전체주의적 사고로 개인을 도구처럼 인식했기에 여성의 타자화(자기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존재로 분리시켜 보는 것)가 더욱 수월했다. 

 게다가 오랜 문화적 특성까지 더해져 자신보다 낮은 계급이나 여성의 성을 수탈하는 것을 큰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일본은 오랫동안 낮은 계급 등의 약자(弱者)는 가축처럼 수탈당하는 삶을 사는 것이 당연시되어 왔다. 때문에 약자에 속하는 계급 사이에서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자식이 태어나면 바로 죽여 없애는 마비키 같은 풍속이 유행하기도 할 정도였다. 1) 


각주 1) 마비키 문화 : 일본 특유의 이에[家] 문화는 계급과 성별에 따른 역할의 차이와 그에 기인한 차별이 주요 원리였다. 때문에 아래 계층이나 하급 여성들은 가축과 같은 삶을 살았다. 그렇다 보니 하급계층에서는 마비키[間引き]라는 풍습이 유행하기도 했다. 마비키란 ‘솎아내다’는 뜻으로 필요 없는 아이들을 솎아낸다는 뜻이다. 집안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된 여아나 장남 외의 아이들은 태어나는 즉시 다리로 눌러 죽여 버렸다. 마비키가 얼마나 심했던지 이를 금지한 메이지 유신까지 하류층에는 피임법이 딱히 없었음에도 자식의 수가 평균 1~2명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둘째로, 성은 사랑이나 자식 생산과 분리된 별도의 기능이기에 도구적 가치와 상품성이 있다고 보았다. 일본 전국시대의 잦은 전란은 남성의 수를 급격히 줄게 했다. 

 15세기 초 조선통신사의 기록에는 일본의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쯤 많아 보인다는 내용이 보인다. 실제로 전란을 피하고자 사찰로 숨어드는 남성도 많았다. 때문에 큰 사찰들은 1~3천 명 정도의 남성들이 우글거리기도 했다. 전쟁의 전면에 선 상부 계층인 사무라이들도 남성들만의 문화를 만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사찰과 사무라이들의 남색과 남성 간의 사랑은 만연했다. 그 와중에 여성의 성은 다른 남성들과 요바이로 공유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 역사에서 비롯된 일본의 전통적 여성상은 대략 이러했다. 남성의 사랑과 정사 요구를 언제든 거부하지 않고 즐기는, 상냥하면서도 아랫사람답게 귀엽고 요염한 여성이었다. 나아가 아내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도 양육, 가사, 봉양보다 남편을 위한 안락한 가정 유지와 심신의 위안이었다. 때문에 여성의 성은 중요한 ‘자원’이거나 ‘상품’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셋째로 여성의 성은 남성들이 일상적으로 반드시 누려야만 하는 기본 요소로 인식됐다. 

 남자 아이가 요바이를 갈 연령이 되면 마을의 과부나 유녀들이 스승[褌親, 훈도시오야]으로 나서 첫 경험을 가르쳤다. 이때 배운 성의 기술은 요바이의 성공률을 높이거나 더 많은 아내와 관계를 맺는 데 중요했다. 

때문에 끝내 마땅한 훈도시오야를 구하지 못하면 어머니가 직접 아들의 첫 경험 상대를 해 주며 성 기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우리 관념에서 보면 놀랄 수도 있겠지만, 일본에는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이 어머니를 취하고, 어머니가 죽으면 아버지가 딸을 취하는 지역 풍습이 있었다. 

 즉, 남성에게는 여성의 성적 위안이 꼭 필요하다는 관념이 문화적으로 내재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 관념 때문에 반드시 일본인 거주지 주변에는 공창이 세워졌고, 일본군 주둔지에는 위안소가 세워졌으며, 남성들 문화 곳곳에는 성과 관련된 온갖 상품이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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