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조, 로리, 테디!」라는 글을 올리며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올해 나는 스물아홉 편의 글을 남기면서 여러 작품을 접했다. 그중 2022년을 떠올릴 때 기억하고픈 올해의 걸작들을 선정하여 나눈다.
올해의 문장
올해의 인물
올해의 시선
올해의 단편
올해의 장편
올해의 (문장)
블라디미르 그럼 갈까? 에스트라공 가자.
둘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오증자 옮김, 민음사(2020), 158면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인생을 명료하고 간결하게 서술하였다. 위의 구절은 우리의 삶을 관통한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점에서, 어딘가로 가고 싶어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리지만 그 정체를 모른다는 점에서, 그저 기다리기만 하는 동안에 끊임없이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한편으로는 주위가 모두 바뀌는 동안 자기 자신은 멈추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어떤 것은 청산해야 하는 역사이고, 어떤 것은 바로잡아야 하는 역사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역사의 실체는 지나간 뒤에야 알 수 있다. 역사의 끝에서 우리가 믿어온 실체는 무너지고 이전과 같은 도시는 낯선 모습을 띤다. 벨몬테는 지나온 역사를 딛고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전 인류의 과제를 잘 형상화한 인물이다.
지금껏 비평을 읽으며 이토록 가슴이 벅차올랐던 적이 있던가? 2022년은 내가 가장 미술관에 많이 방문했던 해이다. 같은 해에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읽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이 에세이는 읽을 가치가 있다. 나아가 간직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의 '소유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존 버거는 나를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사랑을 표현할 때, 또는 사랑의 흔적을 찾을 때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그 사람이 건네는 말에서, 삼킨 말 대신 전해지는 눈빛에서, 심지어 함께 있을 때 타인을 대하는 태도나 옷자락 따위에서도 사랑의 존재나 부재를 느낀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그들의 대사와 독백을, 언어와 행동을, 문자와 부호를 모두 동원하여 사랑의 행방을 묘사한다.
그동안 브런치를 통해 꾸준히 양질의 비평문을 공유하고자 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기념하고 싶은 비평문은 8월 마지막 날에 올린「to see LIFE」이다. 사진전의 규모나 예술성과는 별개로(사실 매우 작고 상업적인 전시였다), 처음으로 구성적 측면에서 이해한 전시였다. 또한,「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따라 사진으로만 쓰는 에세이를 시도해보기도 하였다. 비록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스스로도 분명치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