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서울 Mar 10. 2023

수수와 일곱 마리의 동물들 - 8

8.


수수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자신의 방의 노란색 천장이었다. 벽 너머로 엄마가 화장실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한테 말할까?’


어제 아침에 수수가 눈을 떴을 때는 이게 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했지만, 지금은 두 번씩이나 연속으로 이 일이 일어났으니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어젯밤에 너무 열심히 소리를 질렀던 탓인지 목 안에서 뭔가가 꼼지락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야. 아무리 사실이래도 이건 말하면 안 될 것 같아. 나무늘보가 동물들끼리 ‘비밀회의’를 했다고 했으니깐, 나도 비밀을 지켜야지.’


수수는 신나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조용히 방 밖으로 나갔다. 수수는 굳이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거실의 공기만으로 괴물이 집에 없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엄마!”


평소 목소리보다 훨씬 우렁차게 소리가 나오는 바람에 수수는 살짝 놀랐지만, 소파에 앉아있던 엄마는 전혀 미동을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그저 켜지지 않은 텔레비전의 검은색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다. 수수는 시계를 확인한 후, 서둘러 부엌으로 가서 시리얼을 먹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엄마, 안녕!”


여전히 소파에 앉아있는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집 밖으로 나섰다. 학교로 가는 셔틀버스 안에서 수수는 오늘밤에는 어떤 기술을 배우게 될지 상상했다.


‘눈알을 하나 뽑아내는 기술이 있으면 좋겠다. 눈 하나를 집에 두고 갈 수 있으면 그렇게 할 텐데. 엄마는 아직도 쇼파에 앉아있을까?’

이전 06화 수수와 일곱 마리의 동물들 - 7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