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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은 깜깜한 터널

늘 제일 어두울 때 새벽이 찾아온다지

by 여토 Mar 11. 2025

앞의 이야기는 글쓰기 8개로 갈음합니다.

연재북의 활용을 몰라 이제야 연재를 시작합니다.

글쓰기 8개를 읽은 후 연재 읽기 시작 권장합니다.




늘 남편은 아침에 나가 밤에 들어오고 시댁과 친정은 300km가 넘는 지방이다.

그야말로 평생 독박육아 당첨이다.



둘째가 네 살이 될 즈음 엄마는 시름시름 앓았다.

뭐가 힘드냐 묻는 질문이 제일 어려울 정도로 딱히 힘든 게 없는데 미친 듯이 힘들다.

아무도 괴롭히지 않고 아이들만 키우면 되는데 계속 죽고 싶은 충동이 가득하다.

인터넷으로 간이 검색을 하니 우울증 최고조로 나온다.

동네 엄마들과 낮에 신나게 공동육아 하다가 저녁에 아이들 재우고 나면 부엌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다.

10시 11시 12시가 되어가면 남편이 들어온다.

'그냥 앉아서 내 이야기 들어줘'하면 묵묵히 들어주는 남편이 있어 숨통이 트인다.

일상생활 속에서 문득문득 깊은 심장 구석에 박힌 충동이 올라온다.

15층에서 떨어져 안 죽으면 어떡하지?

나 없어도 남편도 다시 좋은 사람 만나고 아이들도 점차 크면서 자기 삻을 살아가리라 여겨져 합리화를 시킨다.

다만,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생각해 본다.

시기 질투하는 작은 어머니가 무너지는 부모를 보며 내심 좋아하겠지.

사악한 생각들이 조각조각 붙어서 비극적인 소설 한 편을 완성해내고야 만다.



그러던 어느 날 큰 아이를 손에 잡고 둘째를 업은 채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데 기사님이 유명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혀를 차신다.

남은 자식들 어떡하라고 저런 결정을 내렸냐며 안타까워하는데 엄마는 듣는 순간 소름을 느낀다.

'부럽다.ᆢ 나도 해볼까?'

샤워기를 쳐다본다.

아무래도 이걸로 성공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처참한 생각과 다시 시작한 대학공부로 새싹처럼 시작하는 마음이 교차하며 버티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ᆢ 아니 그녀 자신ᆢ


지방에 계신 친정 엄마에게 울부짖는다.

죽고 싶다고

힘들다고ᆢ


지금 생각하면 듣고 있는 어미의 심정이 어땠을까 너무나 죄스러운 마음이다.


남편도 심각함을 알고 더치커피를 아침마다 내려 그 향기로 힐링하게 한다.

캠핑을 시작하여 힘든 노동 속에 자연도 즐기고 야외 생활로 엄마를 밀어 넣어준다.

'살아가자'

'살도록 노력하자'

'내가 태어난 이유부터 찾자'

'내가 살아가는 동안 무엇을 할 때 행복했던가'

3년을 끙끙 앓듯 고민한다.

강의할 때ㆍ외국인과 교류할 때 전율을 느끼고 자신감이 치솟아 오름을 자주 느꼈던 엄마는 평생 노후의 진로를 위해 준비하기로 한 게 다시 대학 공부하는 것이었다.


친정엄마는 뻔한 말을 담담하게 내뱉었다.

'희미야 그게 인생이야 희로애락 자체가 인생이야'

환한 밖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깜깜한 터널을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암울한 미래가 뻥 뚫리는 듯하다.

저 한 마디가 위로가 되고 해답이 될 수 있다니ᆢ

허무하기보다 감사하다.

복잡한 문제는 늘 단순한 명제로 명쾌하게 해결될 수 있음을 느낀다.


창 밖을 보는 엄마는 지저귀는 새소리가 아름다웠다.

하늘의 구름도 경이로웠다.

찌는듯한 더위도 감사했다.

모든 게 살아있음에 고맙고 태어났음에 축복을 느꼈다.


얇은 백지장 한 장의 앞장만 보고 울었다면 이제 뒷장도 있음을 알게 된 느낌이다.

남편에게 주말마다 맡기고 공부에 매진한다.

가끔 학교행사가 있어 주말 외출을 하는 날엔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30분 동안 수십 번 아이들이 궁금한 마음에 전화로 남편을 괴롭혔지만 서서히 엄마는 발뒤꿈치가 들리게 폴짝폴짝 뛰어나간다.

그렇게 3년을 공부에 몰입하고 살아가려 발악하듯 애쓰니 봄이 아름답고 여름이 반가우며 가을이 고맙고 겨울이 애틋해졌다.

내일도 이 광경을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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