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진 자리에도 레드카펫은 깔리니까
누군가 내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말할 것이다.
“잘하고 있어.”
그 말은 오래전 한 예능 프로그램 '식스센스 2'에서 처음 들었다.
출연진이 아트테라피 전문가와 함께 ‘지금 가장 듣고 싶은 말’을 나누는 장면이었다.
“사랑해”, “괜찮아” 같은 말들 사이에서 이미주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저는요, ‘잘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러자 상담사는 그녀의 뒤로 다가가 건물이 울릴 만큼 큰 목소리로 외쳤다.
“미주야,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그 진심 어린 외침에 이미주는 눈물을 흘렸고, 함께 있던 출연자들까지 울음을 삼켰다.
나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울컥했다.
그 말이 나에게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
그렇게 말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세상은 나와 달랐다.
더 빠르고, 더 멀리, 늘 앞서가려 했다.
아날로그 인간인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다 지쳐버렸다.
뒤처짐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의 느림을 탓했다.
“왜 이렇게 느려?”
“또 실수했어?”
그 말들은 내 심장을 조였다.
나는 그때마다 나를 비난했다.
더 빨라야 한다고, 더 완벽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러다 마음이 닳아버린 어느 날, 모든 것이 멈췄다.
몸이 아팠고 마음이 고장 났다.
그제야 나는 “살려줘”라고 외치던 내 안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옥에서 쉼과 여유를 배우고, 상담을 통해 마음을 다독이며, 나는 조금씩 다시 나를 회복했다.
그리고 글을 만났다.
글은 나에게 두 번째 숨이었다.
펜을 들면 마음이 가라앉았다.
어제의 눈물도, 오늘의 분노도 문장 속에서 방향을 찾았다.
그렇게 나는 나를 다시 써 내려갔다.
한때 나는 내 인생을 ‘번외 경기’로 여겼다.
항상 남의 경기장에서 누군가의 성공만 바라보며 나를 자책했다.
하지만 알게 되었다. 내게도 홈런을 칠 순간이 있다는 것을.
조금 다르고 느릴 뿐, 내 인생에도 충분히 빛나는 장면이 있다는 것을.
한옥에서 살며 상담을 받고, 무너진 마음을 글로 복원하던 어느 날 그 글들이 하나둘 모여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번외 경기라 여겼던 내 삶에서 나는 그렇게 나만의 의미 있는 홈런을 날렸다.
느려도 괜찮다.
세상의 속도에 맞추지 않아도 내 속도로 걸으면 언젠가는 도착할 수 있다.
내 걸음을 믿고, 내 방식대로 나답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메인 경기장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제 매일 이렇게 말한다.
“잘하고 있어. 정말 잘하고 있어.”
누군가 해주길 기다리지 않는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이 되었다.
그 시간들이 나를 마음의 레드카펫 위에 세워주었다.
누군가에게 칭찬받지 않아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도, 오늘을 버텼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눈물 삼키며 버틴 하루는 누구의 환호보다 더 값질 때가 많다.
나는 그런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은 오늘도 잘하고 있어요.
당신의 속도대로 괜찮아요.
우리는 스스로가 잘하는 게 없다고, 뒤처진다고, 왜 이렇게밖에 못 사냐고 자기 자신을 몰아붙일 때가 많다.
그런데도 계속 밥을 먹고, 일어나고, 한숨 쉬고, 버텼다.
그걸 어떻게 잘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용기가 또 다른 사람을 일으킨다.
그 온기가 이어지면 세상은 아주 조금, 그러나 분명히 변한다.
세상이 뭐라 해도 당신이 지금 버티는 그 자리, 그 자체로 아름답다.
빛은 느리게 오지만만, 분명히 번져가고 있다.
나는 지금, 마음의 레드카펫 위에 서 있다.
그 위에서 고립되고 흔들리던 마음이 조금씩 빛을 되찾고 있다.
비록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아닐지라도, 내 삶의 무대에서만큼은 내가 주인공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의 무대 위에서 천천히 빛나면 된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도착한다.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
그곳이 바로 '당신의 무대'입니다.
주저하지 말고, 오늘도 한 걸음!
힘든 날에는 유튜브 *〈식스센스 2〉*의 ‘잘하고 있어’ 장면을 꼭 찾아보길 추천한다.
그 외침이 누구에게나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식스센스 2, “잘하고 있어” (YouTube )
✨ 연재 관련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며 서툴고 무너졌던 마음들이 조금씩 제자리로 오게 되었네요.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불빛 하나 켜졌기를 바라며 내일 마지막 글을 남길 예정입니다.
우리 모두 느리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작가의 말
이 글은 「뒤처진 자리에도 레드카펫은 깔린다」 연재의 일부입니다.
시스템 문제로 일부 글이 브런치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같은 시간의 기록 안에 있습니다.
✈️ [프롤로그] https://brunch.co.kr/@721b65ec84434ef/18
✈️ [뒤처진 자리에서] https://brunch.co.kr/@721b65ec84434ef/19
✈️[승진은 남의 자리, 야근은 내 자리] https://brunch.co.kr/@721b65ec84434ef/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