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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P의 플러팅 이야기-(2)

'고백'이 'Go Back'이 되다.

by 다섯빛의 온기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거야.
어쩌면 서로 좋아한다는 건 정말 기적같은 일인지도 몰라.
그렇다고 해서 네 마음이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야.
짝사랑도 사랑이니까.
사랑하는 마음은 다 예쁜거야
— 시트콤「패밀리」 中


시트콤 속 이 대사는 내 안에도 선명하게 남았다. 기적은 내게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고백의 대상이던 그와 사적인 만남을 만들기 위해 몇 번이나 용기를 냈다.

고백할 타이밍을 엿보았지만,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단단한 벽이 서 있었다.

그 벽은 성경 속 여리고성보다 높고, 단단했다.

나는 그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일곱 번, 아니 그 이상을 돌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떤 말로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내 마음은 이미 한참 앞서 있었고, 그의 온도는 처음부터 일정했다.

그가 그어놓은 공적인 선은 점점 나를 작아지게 했고, 그 앞에서 나는 고백의 순간을 놓쳐버렸다.

결국, 우리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사람으로 남았다.

고백도 하지 못한 채, 나의 짝사랑은 그렇게 끝나버렸다.

'고백(Confess)'은 '고백(Go Back)'이 되어,

내가 또다시 ‘뒤처지는 사람’이라는 사실만을 남겼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눈물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묘한 고요가 마음을 감쌌다.
어쩌면 그 사람보다, 그 사람을 좋아하던 나 자신이 더 소중했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만큼은 나의 용기와 떨림, 그리고 진심이 있었다.

나는 용기 냈고, 시도했고, 실패했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다.

블랙핑크의 노래 가사 처럼..

'아쉬울 것도 없어, 진짜 할만큼 했어...'

그건 나의 세계를 깨뜨린 첫 시도였다.

누군가에게 닿으려는 내 마음의 첫 몸짓이었다.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이다.

비록 그의 마음을 얻진 못했지만,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 그 순간 — 나는 더 이상 ‘수동적인 나’가 아니었다.


사랑은 이루지 못했지만, 사랑을 배웠다.

그리고 그 마음을 내가 알아준 것,

그게 어쩌면 사랑을 이루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같았다.

사랑이 그렇게 스쳐 지나간 뒤, 친구의 결혼식장에 앉아 있었다.

예식장은 유난히 밝았다.

하얀 드레스, 반짝이는 조명,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 모든 빛 속에서, 나는 다시 투명해졌다.

누군가의 축하가 넘치는 공간에서 내 마음 점점 더 희미해져 갔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사랑의 실패보다 더 아픈 건,
모두가 앞으로 나아갈 때 나만 제자리에 서 있는 느낌이라는 걸...



✍️ 작가의 말
이 글은 「뒤처진 자리에도 레드카펫은 깔린다」 연재의 일부입니다.
시스템 문제로 일부 글이 브런치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같은 시간의 기록 안에 있습니다.

✈️ [프롤로그] https://brunch.co.kr/@721b65ec84434ef/18
✈️ [뒤처진 자리에서] https://brunch.co.kr/@721b65ec84434ef/19
✈️[승진은 남의 자리, 야근은 내 자리] https://brunch.co.kr/@721b65ec84434ef/22
✨[ 연재 관련 ]
당분간은 매일 한 편씩 씁니다.
늦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천천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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