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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신길동 여인숙

살던 집 시리즈 여덟 번째. 신길동

by 조은미

옥탑 창고에서 맞는 가을바람이 차가워질수록 엄마는 더 초조했다. 신길동에서 여인숙을 운영하던 둘째 이모에게 일단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서리가 오기 직전 우리는 짐을 옮겼다. 이모는 손님에게 줄 수 없는 꼭대기 방 한 칸을 쓰게 했다. 우리는 벽을 타고 오르는 좁고 침침한 계단 끝 방에 능숙하게 적응했다.


나는 캠퍼스의 낭만 따위에는 관심 끊은 알바에 필사적인 대학생이 되었고, 엄마는 우리 집 식모였던 사람에게까지 수소문해 찾아가 보험을 팔았다. 신길동 집은 식구들이 밤이 되면 돌아와 잠 만 자는 정말 여인숙이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살았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모들은 둘째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취업하라고 했지만 동생은 울며 불며 공부했다. 그리고 다음 해 이화여대 사범 대학에 합격했다. 막내는 사춘기 대신 개그 끼가 발동해서 나머지 식구들을 종종 웃겼다. 둘째와 나는 쟤가 정상이 아니라고 했고 엄마는 그런 막내를 제일 이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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