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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집 시리즈 열한 번째 집
둘째 동생이 충주의 고등학교로 정교사 발령이 나서 식구가 한 명 줄었다. 막내는 유아교육과 학생이면서 동시에 연애박사였다. 나와는 다른 명랑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떠나실 때 초등학교 6학년이던 막내는 정신없이 추락하는 낯선 삶에 가장 먼저 적응했다. 타고난 낙천적 성격은 선물 같았다.
추위가 닥치기 직전 늦은 가을에 교회 청년들이 이삿짐을 옮겨 주었다. 제대로 된 집이다. 방도 두 칸이고, 서서 음식을 만들 수 있고, 화장실도 현관문 안에 있다. 난방도 된다. 단지 반 지하일 뿐이다. 우리는 모처럼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엄마는 막내와 함께 잠을 잤고 나는 방을 따로 썼다. 자다가 말고 일어나 보일러실에 가서 숨을 참고 연탄을 갈아야 할 때와 내 방에 볕이 들지 않는 것 만 빼면 다 좋았다. 밖에 있다가도 해가 지면 빨리 집에 오고 싶은 그런 집이 오랜만에 생겼다.
동네 이름도 새로운 신대방동에서 모두 열심히 살았다. 엄마는 보험을 팔러 신발이 닳도록 다니고, 때때로 남의 집 일도 해주러 가기도 했다. 우리도 그렇지만 엄마는 정말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