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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Feb 28. 2024

남인도 '오로빌 공동체'이야기(2)

황금 알, 마트리만디르


(마트리만디르는 개인 소지품을 포함한 모든 전자기기 반입이 불가하다.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는 아쉬움과 동시에 휴대폰과의 이별이 반가웠다. 이 글에 있는 그림은 오로빌 도서관에서 본 책. 엠마뉴엘의 <불꽃섬의 보물>에 있는 그림이다.)




숙소에서 점심을 해 먹기 시작했다.

밥을 하고 각종 채소와 과일을 살짝 볶아 먹는다.

아이들이 양껏 먹고 배를 두드리니 내 맘이 좋다.

먹는 문제는 일상이자 큰 일임을 오로빌에서도 느낀다. 어릴수록 본능에 충실한 듯하다. 잘 먹고 잘 자기만 해도 예민 지수가 줄어드는 우리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스리 오로빈도와 마더는 사람들에게 영의 양식이 필요하다 느꼈을까?

오로빌 사람들의 하나 된 마음과 구슬땀으로 만들어진 공간. 고요한 기도와 명상의 공간...

마트리만디르에 갔다.


버스타고 달리며... 황금알 안녕?


오로빌 식구 일곱 중 작은 아이 셋은 출입이 안되는 공간으로, 넷만 움직였다. 바이크를 타고 달려 비지터 센터에 도착.

서서 기다리다가, ‘버스 탈 때가 되었는데.. ’ 내 예약 번호를 보여주니 자꾸만 오늘이 아니란거다.. 분명 오늘인데.. 달력을 보자.. 앗! 15일이 아닌 16일.. 그러니까 내일이구나. 오 마이갓!

어쩌나 어쩌나. 하고 있는데 관계자분이 잠시 기다려보란다. 기쁜 맘으로 쪼그리고 앉았는데 세 명 넣어줄 수 있다 한다. 우린 네 명인데... 한 사람은 입장할 수가 없었다. 리나네 식구 셋만 들어가기로 했다.

남겨진 나는 홀로 비지터센터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혼자 여유시간이 생긴 셈이다.


다음 날 다시 홀로 마트리만디르에 가게 되었다.

입장권 확인하는 분이 “어. 너 어제 왔다 간 애구나?”했다. 첫 차를 탈 수 있었다. 나를 알아봐 준 사람 덕에..

마트리만디르 입구에 도착. 내 몸에 있는 모든 것을 다 가방에 넣고 입구에 맡겼다. 휴대폰과 이별을 했다. 이런 홀가분하고 기쁜 이별이라니...

넓은 잔디, 연못 분수대가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동그란 금색 공 모형의 마트리만디르가 보인다.

새벽의 도시 오로빌의 중심, 심장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곳.

<불꽃섬의 보물> 마트리만디르를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표현한 그림책.



발걸음을 옮겨 더 가까이 갔을 때 커다란 반얀트리 한 그루가 있었다. 나무 아래에 앉아 눈을 감고 호흡한다. 그냥 봐도 얼추 오십여 명 되는 사람들이 말 한마디 없이 앉아 있다. 눈을 지그시 감으니 바람이 피부로 더 느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고요한 종소리가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함을 알린다. 실내 공간으로 갈 시간...

그림 속 반얀트리들..


반얀트리에서부터 맨발로 걸었다. 실내공간은 더 조용히 하라고 했다. 내 앞을 걷는 남성의 바짓가랑이 쓸리는 소리가 귀에 꽂히듯 들린다.

하얀 양말을 나눠 주었다. 더 사뿐히 걷다가 크리스탈 수정 앞에 다 함께 둘러앉았다. 천장에서부터 아래로 빛이 투과되어 빛나는 둥근 크리스탈.

우리들은 크리스탈을 중심으로 있는 열두 개의 기둥 사이사이에 둘러앉았다. 또 적막. 누군가의 기침소리. 옷깃 소리. 청각이 민감해진다.

한 공간에 둘러앉은 세계 곳곳의 인종들이 하나의 깨끗한 크리스탈에 비쳐 보인다.

무엇을 얻으려 여기까지 왔을까?


크리스탈 수정체를 중심으로 둘러 앉은 사람들, 고요하게 더욱 더 고요하게... 숨을 죽인다는 말이 실감나는 공간.



마티르만디르는 둥근 모양, 곡선, 흐르는 물, 고요가 있었다. 스리 오로빈도와 마더는 무엇을 실현하고 싶었을까? 아래로 흐르는 물, 흰 대리석들은 물살이 비늘 모양인데 이것이 층층이 쌓여 흐르는 물은 그 위로 중심의 둥글고 흰 대리석까지 이르렀다.

세계 최대의 공동체 마을 오로빌의 모습이 이러하기를 원했을까? 물길을 떠 받히는 개인, 그 위로 흐르는 물(순수 의식), 그리고 하나로 모아지는 공동체의식.

내가 느낀 마트리만디르는 하나의 구심점이자 지고 의식의 표본, 누구나 와서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 같았다.


그 이후 마트리만디르에 다시 한번 더 갔다.

장소가 주는 감동이 있다. 모인 사람들의 에너지가 있다. 또 바깥의 나무와 꽃, 연못이 안겨주는 평안함이 있다.

내 안의 신과 조용히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에 충분한, 아니 차고 넘치는 공간이다.

나는 바깥 반얀트리가 너무 좋았다.

그 큰 나무, 가지가 땅에  닿으면 그 가지 또한 나무가 된다. 가지의 모습 같은 개인이 한 지역의 토착민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 같다. 뿌리내린다는 것.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이 아닐까?

나는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게 될까?

유목민 정신으로 살아가는 토착민이고 싶다.


아이들은 마트리만디르 출입이 되지 않았다.

우연찮게 어제 오로빌 도서관에서 엠마뉴엘의 그림책 <불꽃섬의 보물>을 발견했는데, 그 책을 함께 읽으며 아이들에게 마트리만디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요정의 등장에 책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이들.


은서는 그건 ‘황금알’이라고 했고, 은유는 그곳은 ‘요정의 집’이라고 했다.

적절한 표현 덕에 마트리만디르의 상징성을 더 재미있게 받아들이게 된 우리.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마트리만디르를 빠져 나온 우리들!

태양을 받은 ’황금알‘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 곁에 요정들이 날아다닌다. 사람이라는 요정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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