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다면 가거라
벨뱃처럼 부드러운 어깨는 사라지고 없다
그러자 눈부신 벌레 하나 담뱃갑 위에 앉아 반짝이며 날아간다 어둠 속으로
출렁이는 달무리가 구름 뒤로 잦아들 즈음
아름다운 섬 사모아는 탈지면 속에서 잠이 드는데
너의 깃발들로 무엇을 주장하는 것이냐?
원한다면 가거라
대지는 접히고 길은 구겨진 아스팔트처럼 끊어진다
그러자 눈부신 벌레 하나 촛불 속으로
빛을 내며 바수어진다 까만 점으로 뭉개어진다
심장박동에 맞춰 출렁이는 파도는 밀려왔다 사라지고
아름다운 너의 등 문양이 더욱 선명해지고
읽을 수 없는 무늬마저 환하게 깨어나는데
네 기이한 장식을 무엇이라 부를까?
날개를 펼치며 너는 솟아오른다
아름다운 섬 사모아는 벗어놓은 츄리닝처럼 편하게 잠이 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