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나비 Feb 26. 2022

세월이 유일하게 빗겨나간 건…

그래 여전히 나에겐 그대로야

    11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넘기고 정말 노견이 되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듯 별이도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흑진주처럼 빛나던 두 눈동자는 연회색 탁한 막이 생긴 듯 반짝거림을 잃어가고, 까만 콩 같던 귀여운 코도 이젠 닳고 닳아 그 색이 옅어지고... 늘씬하고 튼튼한 몸도 이젠 등이 휘어 등뼈가 예전보다 더 만져지고, 말근육 부럽지 않던 근육도 이젠 쇠해져 절로 덜덜 다리가 떨리고 만다. 나이가 드니 평생 별이를 괴롭히던 피부병도 증상이 옅어지고, 그 자리에 언제 이렇게 점이 생겼나 싶도록 점이 가득해 깜짝깜짝 놀란다. 은회색 빛 윤기 나던 털도 이젠 푸석푸석 그 빛이 바래지고, 4~5시간씩 산책하고 뛰어놀아도 거뜬했던 체력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지쳐버린다. 그토록 오지 않길 바랬던 병마도 결국 별이를 피해 가지 않았고... 이미 고치기도 힘든 암에 더 힘들지 않기 위해 매일 약을 먹고 하루하루 컨디션을 체크하며 지내고 있다.

    이런 별이를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왜 반려견의 생은 이렇게 짧디 짧은지... 11년이라는 긴 세월이 이렇게 찰나같이 느껴질 수 있는지... 여전히 내 맘엔 11년 전 그날, 두 손에 올라올 만큼 작은 강아지의 모습 그대로인데... 여전히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여전히 내 맘 속에서 영원한 강아지, 귀여운 별이로 남아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끝내 늙지 않고 세월을 빗겨나가 영원히 처음 만난 그때의 별. 그 별이 영원히 내 마음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점점 눈에 보이는 세월을 인정하고 그 끝을 마주하게 되겠지만 내 마음에 담겨있는 별만큼은 영원히 반짝반짝 빛나리라. 그리고 언젠가 그 별빛을 따라가 다시 그 별을 마주하게 되면 별이 내 마음에 있어 행복했다라고 이야기해줘야지.

    우린 지금도 함께고 앞으로도 함께야.

이전 23화 하기 힘든 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