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여전히 나에겐 그대로야
11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넘기고 정말 노견이 되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듯 별이도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흑진주처럼 빛나던 두 눈동자는 연회색 탁한 막이 생긴 듯 반짝거림을 잃어가고, 까만 콩 같던 귀여운 코도 이젠 닳고 닳아 그 색이 옅어지고... 늘씬하고 튼튼한 몸도 이젠 등이 휘어 등뼈가 예전보다 더 만져지고, 말근육 부럽지 않던 근육도 이젠 쇠해져 절로 덜덜 다리가 떨리고 만다. 나이가 드니 평생 별이를 괴롭히던 피부병도 증상이 옅어지고, 그 자리에 언제 이렇게 점이 생겼나 싶도록 점이 가득해 깜짝깜짝 놀란다. 은회색 빛 윤기 나던 털도 이젠 푸석푸석 그 빛이 바래지고, 4~5시간씩 산책하고 뛰어놀아도 거뜬했던 체력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지쳐버린다. 그토록 오지 않길 바랬던 병마도 결국 별이를 피해 가지 않았고... 이미 고치기도 힘든 암에 더 힘들지 않기 위해 매일 약을 먹고 하루하루 컨디션을 체크하며 지내고 있다.
이런 별이를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왜 반려견의 생은 이렇게 짧디 짧은지... 11년이라는 긴 세월이 이렇게 찰나같이 느껴질 수 있는지... 여전히 내 맘엔 11년 전 그날, 두 손에 올라올 만큼 작은 강아지의 모습 그대로인데... 여전히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여전히 내 맘 속에서 영원한 강아지, 귀여운 별이로 남아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끝내 늙지 않고 세월을 빗겨나가 영원히 처음 만난 그때의 별. 그 별이 영원히 내 마음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점점 눈에 보이는 세월을 인정하고 그 끝을 마주하게 되겠지만 내 마음에 담겨있는 별만큼은 영원히 반짝반짝 빛나리라. 그리고 언젠가 그 별빛을 따라가 다시 그 별을 마주하게 되면 별이 내 마음에 있어 행복했다라고 이야기해줘야지.
우린 지금도 함께고 앞으로도 함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