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바꾸다: 소상공인 컨설팅 공모전에서
컨설팅을 아직 많이 해 보지는 않았지만, 상대 기업이 하는 사업과 관련 시장 및 기업에 대해 잘 알지 않으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내가 해보지 않은 분야는 기업을 만나기 전에 적어도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이해와 경쟁자 정도는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전문가라는 사람을 부를 필요가 없지 않을까.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과제를 맡게 되면 미리 숙제를 해 가는 것이 당일 현장에서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 다른 이에게도 부끄럽지만, 내 스스로 부끄럽다면 이 일을 오래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초반에는 "내가" 익숙한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 기업과 사업을 이해하기에 수월한 분야가 분명 있지만, 그런 것들은 다른 사람들도 쉽게 접근하고 경쟁이 치열해서 결국 왠만큼 잘 하지 않으면 견뎌내기 어렵다.
오랜 기간 동안 남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을 해 왔기에, 나에게는 별로 어렵지 않은데 다른 사람들은 어려워하는 분야가 분명 있다. 그 사실을 종종 "내가" 잊고 요즘 잘 나가는 트렌드를 쫓아가다가, 현실을 깨닫고 다시 내 길로 돌아오곤 한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착실히 쌓아올린 내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이기도 하다.
처음엔 온라인 마케팅으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기업을 골라 컨설팅 제안서를 초안 마무리한 후 피드백을 받았는데, 역시 소상공인 관점에서보다는 내가 익숙한 방향으로 점점 내용이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온라인 마케팅을 직접 경험해본 적이 많지 않다보니, 일반적인 수준에 그치는 제안서가 되어 한계를 느꼈다. 더군다나, 나름 의미있지 않을까 하고 사회적 가치 마케팅도 제시했는데 현실적으로 소상공인들이 당장 매출 실적보다 장기적인 사회적 가치에 대해 처음부터 작정하고 사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실행이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공고문의 기업들을 하나 하나 차근 차근 살펴보는데, 남들이 제일 어려워 할 만한 영상 보안 기업이 의외로 눈에 들어왔다. 역시 그 동안 경험이 어디 가지는 않는지, 적어도 그 기업의 제폼과 기술이 나에게는 어렵지 않고 친숙하기 때문이다. 컨설팅이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비교적 가볍게 기업과 산업과 제품/서비스를 파악하고 나니 나머지는 역시 좋은 자료를 수집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해서 보고서 작성하는 절차로 진행되는데 반 나절에 끝냈다. (물론 ChatGPT 덕도 있지만.) 나를 잊지 않는 것은, 역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