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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누나에게, 미혼 남동생이란,
- 4살짜리 남자애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누가 내 눈에 모래 뿌렸어." 7살먹은 여자애가 남자애의 눈시울부터 눈꺼풀 안쪽을 빈틈없이 채운 모래를 본다. 가재수건을 물에 적셔와서 남자애를 앉히고 가만히 앉아 모래, 그리고 모래와 뒤섞인 눈물도 함께 닦아내준다. 눈가를 다 닦아내고 이내 여자 아이가 "가자!"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영문도 모르고 따라나선 남자애를 데리고 놀이터에 도착한 여자애는 묻는다. "누가 모래뿌렸어? 가리켜봐." 가만히 어느 한 쪽을 가리킨 남자애. 여자애는 핵토파스칼급 속도로 냅다 달려가 그애에게 남자애의 눈에 들어있던 모래보다 더 많이 더 오래 더 깊이 모래를 던진다.
- 한일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고주망태가 되어 잘 걷지도 못하는 22살 여자애가 동네에서 전화를 한다. "야!!!! 우리나라가 이탈리아를 이긴 이 역사적 시점에 공부가 되냐?? 얼른 좋은말로 할때 튀어나와라!!" 고3이던 남자애는 꼭지가 돌았지만 혹시 여자애가 집을 못찾아서 길바닥에서 잠이라도 들거나 워낙 흉흉한 세상이라 희박하지만 가능성이 없진않은 여러 안좋은 경우의 수가 두서없이 떠오르기도 해서 여자애가 부르는 데로 간다. 고3인데 어쩌고 저쩌고 궁시렁대면서도 발걸음을 재게 재촉한다.
- 이번에는 밤11시.27살 여자애가 다급히 핸드폰으로 어디엔가 전활 건다. "큰일났어! 얼른 내 방으로 와봐!" 다급한 목소리로 남자애를 찾는다. 남자애는 허둥지둥 방으로 향한다. "왜 왜 무슨일인데???" 급하게 뛰어온 예비역 24살 남자애. 여자애는 침대에 누워 천연덕스럽게 답한다. "나 너무 피곤해서 못일어나겠어. 내 방 불좀 끄고 나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