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은 이상하지요
봄빛 속 바람에 슬쩍 손을 흔들다가
햇살을 조근조근 씹듯 삼키다가
반갑다 봄에 흰 손 내밀어 악수 나누다가
손가락까지 뚜욱 뚝 떨구는데요
온 손가락들 분주히 낙화하는 사이
다보록하게 초록 새 뼈대가 수인사 청하는데요
이제 마흔 불혹일 김 씨는 이상하지요
봄 허공에 덤덤할 만도 할 텐데
전신주 위에서 아찔하였다지요
봄의 극광을 잠시 보곤 찬란히 담금질
두 손이 봄빛 속으로 떨어지는 사이
재봉 돌리던 아내는 진 재킷 청청한 밑단을 눌러 박으며
다음 달 임대 아파트 이삿날에 흥겨워 좋다 좋아
전동 재봉을 타고 달렸는데요
갑자기 바늘 부러지고 달려간 병원서는
그 남자 두 팔을 마름질하고 재단하느라 분주하였다지요
새로 짓는 남편의 옷은 몸통만 기우뚱
텅 빈 두 소매 속 봄은 이미 파장이었는데요
왕겨로 가득 채운 보상금 봉투 속
꽃도 없이 전지 당한 가지가 비릿한데요
잠시 눈먼 봄의 아슬한 유혹 치고는
발광할 만하지 않겠어요
초록 뼈대조차 솟아오르지 않는 걸요
-김박은경, 『온통 빨강이라니』, 문학의 전당
불을 쓰는 사람은 불에 다치고, 물을 쓰는 사람은 물에 다치고, 칼을 쓰는 사람은 칼에 다칩니다. 바로 그것으로 먹고살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더는 먹고살 수 없게 되지요. 할 줄 아는 게 그것뿐인 사람들,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인 사람들. 다치고도 다시 그것을 잡아야만 하는 불안과 공포는 얼마나 거대한 것인가요. 다짐에 다짐을 더하고, 조심에 조심을 더해도 필연적으로 구조적으로 반복되고야 마는 환난의 시대라니. 먹고사는 일은 왜 이리 힘이 들까요.
시 <감전>은 제 등단작 중 하나입니다. 시댁 식구의 친정 식구가, 피로연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었을 그분이 사고를 당하셨어요. 사고 내용은 시의 전문 그대로입니다. 보상금을 많이 받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바로 곁의 불행을 고스란히 시에 담았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사실 시가 아닌 것도 같아요. 저 좋자고 쓴 거라서요. 위로를 드리지도 못했고, 힘을 드리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나마 이제 고백도 할 수 없이 먼 곳에 계십니다.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집니다. 조심해야지, 하는 순간에도 다쳐요. 나의 잘못, 남의 잘못, 운명의 잘못과 우연의 잘못 아아 그런 구분도 소용이 없지요. 삶의 구석구석 아찔한 전선들이, 날카로운 칼날들이, 끓는 기름물이 지옥처럼 잔뜩 포진해있습니다. 우리는 그 위를 어린 선지자처럼 지나가요. 위풍당당은 아니고 수시로 아찔해 비틀거리면서요. 부디 걸음걸음 조심조심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