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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an 19. 2023

겨울, 그대에게 붙이는 편지



겨울, 그대에게 붙이는 편지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였던 오색 단풍 떨구고 찾아온 그대가 그리 반갑지 않았는데 벌써 한 달 반이 지났네요 그대가 찾아왔어도 그대보다 가을을 더 사랑하고 그리워 한 나를 원망하기라도 하듯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립니다 그대를 미워하진 않았지만 반갑게 맞이하지 못해서 많이 미안합니다 그대가 성탄절의 축복도 가져다주고 새로운 한 해도 선물해 주어 지금은 가을을 다 잊었습니다 이제 나에게는 그대뿐입니다 세상을 온통 하얗게 바꾸고 집안에 나를 가두는 그대가 이제 좋아지려고 합니다 그대도 한 달 반 후면 내 곁을 떠나겠네요 떠나기 전에 많은 추억 남겨주면 그대 떠난 후에도 기억하며 그리워할게요 하지만 너무 춥게 눈폭풍을 뿌리거나 며칠씩 겨울비를 보내는 것은 삼가 주세요 며칠 전 얼어붙은 길에서 대형 사고 난 것 아시지요 미끄럼 사고로 하늘나라 가신 분도 계시고 오랫동안 길이 막혀 추위에 갇혀 있었다고 해요 솜 같은 눈송이를 뿌려주셔도 좋지만 다음 날엔  얼지 않도록 해님도 꼭 불러주세요 그대와 친해지려고 더 노력할게요 그대 떠날 때 겨울눈에 숨어있는 꽃망울도 터뜨려주고 땅속에서 따뜻한 봄을 다리는 씨앗들도 깨워주세요 그러면 그대 떠난 후 고맙다 수고했다 인사 전할게요 나는 그대가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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