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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생 Mar 21. 2024

우리는 DNA의 노예가 아니다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다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과학의 핵심은 누가 보아도 모순되는
두 가지 태도가 본질적으로
균형을 이룬다는 데 있다.”
-칼 세이건_(Carl Sagan)-


어떤 주류의 주장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할 때면 사람들은 이를 ‘유사과학’이라 폄하할 때가 있습니다. 유사과학이라는 말은 1844년 Northern Journal of Medicine에서 “어떤 혁신과 정반대 되는 종류”를 가리켜 유사과학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지구가 태양계의 중심이라는 믿음에 대해 의심했듯, 유전과 DNA에 대한 다양한 사실들에 대한 의심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진화론과 찰스다윈, 그리고 DNA

“인간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
이 질문에 가장 정 떨어지는 답을 내린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이라 할 수 있습니다. 1859년, 그의 저서 [종의 기원]에서 설명한 인간 존재 이유는 그저 ‘유전자가 만들어 낸 기계’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정감이라고는 한 톨도 없는 다윈의 진화론은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라는 창조론, 즉 신앙에서 벗어나 근현대의 문을 연 사상 중 하나라는 점에서 합리적인 토론과 주장을, 그리고 과학의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그의 영향력은 가히 엄청납니다.
 


실제로 다윈의 주장을 기반으로 이어져온 유전학의 발전은 ‘유전자 검사’와 같이 DNA 검사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DNA의 흔적을 따라가는 일은 1987년 사이언스지에  [In search of eve, 이브를 찾아서], 네이처지에는 [Out of the garden of Eden, 에덴동산 밖으로]이라는 제목으로 기재된 논문을 통해 인류의 모계공통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살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또한 2003년, 미국인류학회지에 기재된 [The Genetic Legacy of the Mongols, 몽골의 유전 흔적]라는 논문에서는 인류 최강의 정복자 ‘칭기즈칸’의 자손이 중앙아시아 남성의 8%, 전 세계 인구의 0.5%를 차지한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유전자의 계승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유전학이라는 믿음, 아니 신앙

유전, 遺傳_물려받아 내려옴, 또는 그렇게 전해짐
.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심장질환 등등 우리들 앞에 직면한 다양한 질병의 원인을 둘러보면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유전
 
2021년, 유야 카와라이 외 연구진의 발표에 의하면 심혈관질환뿐만 아니라 척추 디스크조차도 60-70%가 유전적 성향을 가진다고 말할 정도이니, 실제로 신체 전반에 걸쳐 유전자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어 보입니다.
(Yuya Kawarai, MD, PhD et al.(2021), Exercise attenuates low back pain and alters epigenetic regulation in intervertebral discs in a mouse model., The Spine Journal 21 (2021) 1938−1949)


그놈에 유전, “유전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할까?”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된 ‘유전적 요인’이 어떤 개체의 삶의 특징을 지배한다는 찰스 다윈의 주장은 과학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유전적 요인이 한 인간의 삶을 지배한다는
것이 진리라면 유전적 요인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 수 있다면  
인간의 질병부터 앞으로의
삶 까지 예측 혹은 예방할 수 있다.”

 
1910년, 과학자들은 현미경 연구를 통해 유전 정보가 염색체에 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을 시작으로 1944년, ‘유전’과 관련된 물질이 ‘DNA’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뒤 이에 1953년,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은 유전자의 기본 구성 물질인 DNA의 이중나선 구조와 기능을 밝혀내 진화론과 질병에 대한 믿음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인체를 구성하는 50조 개의 세포들은
DNA라는 설계도에 따라 충실히
기능을 수행하고, 분열합니다.”

 
2000년 6월, 27억 달러의 예산(현재 환율 기준, 3조 4866억 원)으로 진행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유전학에 대한 믿음에 화룡정점을 찍었습니다.
(게놈[Genome] : 한 생물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 정보)

그 열기에 힘입어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Bill Clinton)은 이렇게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신이 생명을 만들어낸
창조의 언어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이 근본적인 지식을 이용하여
인류는 곧 엄청난 질병 치유의
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게놈 과학은 우리 모두의 삶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질병의 진단과 예방, 치료 과정에
혁명이 일어날 것입니다.



유전자, DNA는 생명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건축 자재인 단백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설계도라면 인간이라는 고등생물체는 아주 많은 수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초파리는 15,000개, 꼬마선충은 24,000개 그리고 쥐는 약 2만 3,000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Blaster 2003 / Celniker, et al, 2002)


 과연 인간의 유전자는 몇 개인가?
하찮은 초파리나 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유전자를 보유할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2003년, 과학자들의 예상과 판이하게, 인간 게놈에는 약 25,000개의 유전자밖에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Pennisi 2003a, 2003b / Pearson 2003 / Goodman 2003)
 
연구 결과 인간의 유전자 수와 원시적 생명체의 유전자 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음이 드러났습니다. 50조 개의 세포로 된 인체는 이렇게 원시적이고, 척추도 없으며, 세포라고 해야 1,000개 정도이고, 현미경을 써야 보이는 벌레보다 고작 1,500개 정도의 유전자를 더 갖고 있을 뿐이었죠.






후성유전학, 정해진 운명은 없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생물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일생 동알 아무리 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었을지라도, 유전적 수단으로는 그중 단 한 가지도 자식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새로운 세대는 무에서 시작한다. 몸은 유전자를 불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유전자가 이용하는 수단일 뿐이다.”
.
“정말 그럴까?”
.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유전자 수에 대해 유전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볼티모어(David Baltimore)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 게놈 안에 컴퓨터가
풀어내지 못한 유전자가 많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곤충이나 식물보다 엄청나게
복잡한 인간의 성질이 유전자 수가
많다는 데 기인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외부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켜 적응해 가는
탁월한 능력을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이다.”



과거, 게놈프로젝트를 통해 파악하고자 했던 질병의 원인을 찾는 일은 기대한 만큼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명확하게 유전자 하나의 결함으로 생기는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인구는 약 2%였으며, 유전자 변이를 가진다고 해서 해당 질병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하나의 세포에서 하루에만 100만 개에 달하는 오작동이 일어나고, 변이를 거친 세포들이 만들어지지만 우리의 면역시스템은 이를 파괴하고 억제하기 때문에 유전적 결함이 반드시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줄기세포 권위자 어브 코닉스버그(Irv Konigsberg)는 말합니다.


세포가 병이 들면, 원인을 찾기 위해 세포를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환경을 먼저 봐라
세포에게 건강한 환경을 제공하면
병든 세포들은 생기를 찾는다.


 
환경이 성질을 결정한다’는 말은 참에 가까운 주장입니다. 세포까지 갈 것도 없이 전 세계적으로 사이코패스 인구 비율은 약 1%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1%가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이 유전을 통해 선천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하더라고 살아온 환경과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이론이 아닙니다.
 
‘환경이 성질을 결정한다.’ 이 논재가 유적학으로 오면 이를  후성유전학(Epigenetics)라 합니다.
 
[당신의 주인은 DNA가 아니다]의 저자 브루스 립튼(Bruce lipton, 생물학자)은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약 50조 개의 세포의 삶은 유전자가 아니라 ‘환경’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설계도를 가지고 있다 한들 각종 악천후의 연속이라면 제대로 된 건축물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죠.



브루스 립튼의 주장은 유전자는 그 사람의 삶에 경험에 대응하여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유전질환’의 가장 큰 기여도는 유전자가 아니라 환경의 대물림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당뇨병을 가진 부모님의 식습관을 대물림하는 것처럼 유전적 영향과 더불어 그런 유전적 성향을 발현시킬 수 있는 환경까지 계승된다는 것이 그 원인이라 꼬집는 것이죠.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우리를 찾아오는 ‘질병’은 운명이나,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닙니다. 삶의 환경경험으로부터 나온 결과물이며, 질병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건강한 환경과 경험’을 나에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 ,]

나의 좌우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라 답하곤 합니다.

 
점을 찍는 것에서 살짝의 꼬리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우리는 끝과 다시 시작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선천적인 무엇, 유전, DNA가 나의 삶을 통제한다고 믿는다면 그리고 그것에서 열등감과 무력감을 느낀다면 ‘나는 어쩔 수 없다.’라는 보기 좋은 핑곗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자신의 신체, 외모, 건강, 성격 등, 이 모든 것들의 결과가 내가 받은 유전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막다른 길에서 타조처럼 머리를 땅에 박고 숨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만약 인류의 시작과 함께 이어져온 우리의 유전자가 당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모든 부분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 찰스 다윈이 말했듯 그런 종은 이미 멸종했을 겁니다.
 
당뇨, 심장질환, 암과 같은 어떤 질병 그리고 현상들은 유전자 하나 때문이 아니라 여러 환경적인 요인과 복잡하게 얽혀 나타난 하나의 결과물입니다.


  거듭나다_지금까지의 방식이나 태도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_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
거듭남'을 통해 보다 즐거운 오늘을
웃을 날이 많은 내일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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