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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에 입주합니다.

스물아홉에 하는 첫 독립

by 귤껍질 Feb 21. 2025

올해는 뭘 하든 큰 의미를 부여하는 해가 될 것 같아요. 스믈 아홉이 되었기 때문이죠. 아홉이라는 숫자가 지나고 서른이 되면, 정말 어른이 되는 걸까?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합니다.


나이뿐 아니라 연초부터 유독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뜻하지 않은 이별, 팀과 직무 변경, 그리고 여러 변화들로 인생에 변곡점이 찍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삶에서 변화의 기운이 머문 때 같달까요.


지금까지 모든 변화는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게 해 주었고, 더 편안하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여러 혼란이 지나고 나면, 단단한 마음의 기반이 생길 것 같아요. 그럼 저는 그걸 딛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2개월 정도 살 곳이 필요한데요. 계속 부모님 댁에서 살았고, 처음으로 혼자 살 공간을 골라야 했습니다. 연말까지 꾸물거리다, 연초부터 예열하듯 이곳저곳을 찾아봤어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는 감각에, 저번주부터 본격적으로 방문해서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맹그로브 시설 투어를 한 뒤 바로 계약 결정을 했습니다.


episode, 로컬스티치, 맹그로브와 같은 커뮤니티가 구성되어 있는 공용공간을 가장 우선순위로 찾아봤습니다. 2달 단기 임대라는 저의 조건에 맞는 방을 찾으려 하니, 제한이 많았습니다. 최소 3 달이거나 장기임대만 가능하다는 이유로 맞는 방이 없거나 가격대가 훌쩍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33m2 플랫폼 등을 통해 단기 거주할 방을 보기도 했는데요. 원룸에 들어서면 창의 크기와 내다보이는 뷰를 가장 먼저 확인했습니다. 발이 꽁꽁 얼 정도로 추웠지만 새로운 동네와 공간을 탐험하는 기분이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걸을 수 있는 동네, 그리고 다정한 동네 풍경이 보이는 창문이 있는 게 저에게 제일 중요한 조건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 외에도 검색과 지인 추천을 통해 알게 된 다양한 셰어하우스도 알아봤어요. 쏟아지는 공간들을 보다가, 마음이 심란할 때도 있었습니다. 괜히 좋아하는 별집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건축가의 손길이 닿은 집에서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최종 선택에는 추운 날씨, 그로 인해 조금 외롭고 센치해진 기분이 영향을 줬습니다. 두 달만 머물 예정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하기로 했어요.


최대 예산을 꽉꽉 채워서 다 쓸 만큼 가격은 비싼 편이었지만, 맹그로브 투어를 해보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시설이 잘 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3인실에, 커뮤니티가 갖춰진 공용 공간인 만큼 복작복작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 분명히 재미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추운 때 돌아다녀서인지 많이 지쳤던 것 같습니다. 입주가 곧이니, 마음의 부담도 있었고요. 추운데 고생하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 힘을 얻어, 투어 후 바로 계약해 버렸어요.


저는 3인실에서 가장 안쪽 방을 쓰게 되었는데, 부디 좋은 룸메이트를 만나길 기원해 봅니다. 저부터도 좋은 룸메이트가 되자고도 다짐하고 있습니다. 내 방을 애정하고 잘 가꾸면서 지내보고 싶어요. 3월 입주 후 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풀어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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