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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산하 Oct 24. 2024

몸살

시린 회색 추, 철문


정해진 굴레 속에서

검은 종잇장이 누르는

시린 회색 추를 이끌고

삐걱 철문을 나선다


천천히 희뿌연 막을 씌우고

실에 매달려 걷는다


눈썹 그 구불거리는 안으로

높은 음파가 종을 울리고

눈에서 귀까지 빠르게 퍼져나간다


살색 도화지의 붉은 그림자는

점차 진해지고

손마디의 실은 점점 풀어진다


시린 회색 추는

땅과 떨어지기 싫은 듯

신발바닥이 끈적이듯 늘어진다


눈을 천천히 깜박거리다

안간힘을 모두 써

삐걱 철문을 연다


익숙한  암흑에 몸을 뉘우고

스르르 눈을 감는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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