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회색 추, 철문
정해진 굴레 속에서
검은 종잇장이 누르는
시린 회색 추를 이끌고
삐걱 철문을 나선다
천천히 희뿌연 막을 씌우고
실에 매달려 걷는다
눈썹 그 구불거리는 안으로
높은 음파가 종을 울리고
눈에서 귀까지 빠르게 퍼져나간다
살색 도화지의 붉은 그림자는
점차 진해지고
손마디의 실은 점점 풀어진다
시린 회색 추는
땅과 떨어지기 싫은 듯
신발바닥이 끈적이듯 늘어진다
눈을 천천히 깜박거리다
안간힘을 모두 써
삐걱 철문을 연다
익숙한 암흑에 몸을 뉘우고
스르르 눈을 감는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