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고헤이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읽기
‘개인’이 지배하는 원자화된 사회에는 열심히 일해도
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해 빚, 빈곤, 과로사, 실직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의 문제를 온전히
본인의 책임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요?
왜냐하면 신궁 외원 재개발처럼 많은 사람이 부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일부 기업과 부유층이 점점
더 많은 돈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대립과 불평등
을 만들어 내고 확대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생산방식’, 즉 가치
를 높이고 자본을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상품생산의 특징
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사회구조의 문제
라고 지적하는 것이 『자본론』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문제는 상품과 화폐가 거래되는 시장의
유통과정만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상품이 만들어
지는 ‘생산’의 차원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고찰을 통해 자본주의 모순의 원인과 메커니즘
을 알았다고 해서, 안타깝게도 그 모순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습
니다. 모순을 없애려면 실제로 사회구조를 크게 바꿔야 하는데,
이 또한 가시밭길입니다.
하지만 이론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막고, 치료법을 더 빨
리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마르크스는『자본론』의 목
적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책의 최종 목적은 근대사회의 경제적 운동법칙을 폭로하는
것이다. 근대사회는 자연적 발전단계를 뛰어넘을 수도 없고,
법령으로 폐지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근대사회는 발전의 고통을
단축하고 완화할 수 있다. (15-16/6)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사회에 내재된 모순을 밝힘으로써 자본
주의와는 다른,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을 제시하고자
한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단순한 경제이론으로서가 아니라 불평
등, 장시간 노동 등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 우리와 가까운 현실에 비추어 『자본론』을
읽어 보려 합니다.
[출처]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 지음, 정성진 옮김, arte 2024, 57~58.
2024. 5. 27.
『자본론』은 ‘부’에서 시작된다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