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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예측이란 처음에는 불가능한 것일까

3) 수영장에서의 기쁨 찾기

by 망토 Jul 14. 2024

​오늘은 네 명으로 시작했다.

수강생 총인원은 20명이 넘는데, 다들 어디 가신 걸까?

수영은 필라테스나 요가처럼 예약제 운동과는 달리 일정한 진도표가 정해져 있어서 한 번 놓치면 따라가기가 힘들다.

그것도 ‘막 배우기 시작하는’ 월초에 빠지면 불이익이 클 텐데…

어떤 수강생 분께서 ‘내일이 공휴일이라 다들 놀러 가신 것 아니냐’라고 하자 선생님께서는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하셨다.

나도 어쩐지 바로 설득되었다. 내일은 법정공휴일이었다.

오늘은 배영, 자유형으로 몇 바퀴를 돌고 저번 시간에 이어서 평영 연습을 했다.

평영 한 바퀴를 도는데, 평영이라는 걸 세상에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처럼 허우적거렸다. 선생님께서 나에게 ‘다 까먹으신 거예요?’라고 물으셨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의 감각이 익숙지 않은 느낌. 몇 바퀴를 돌고서야 감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물에 빠진 생쥐 같은 나와는 달리 옆 레일의 분들은 돌고래처럼 너무 멋있었다. 계속 구경을 하게 되고 나도 얼른 더 잘하고 싶었다.

수영하는 내내 우리 반에 등록하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선생님께서 완전히, 잘 가르쳐 주시기 때문이었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왜 몸이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지?, 다음 동작까지는 얼마나 텀을 둬야 하지?, 마지막 동작에서는 두 다리를 붙여야 하나? 등등)을 딱 짚어서 교정해 주시는데 그게 속이 다 시원했다. 또, ‘저번 시간은 어땠어요? 따라오는데 어렵지 않았어요?’라고 물어봐 주시며 세심하게 신경 써 주셔서 무척 감사했다. 내 인생도 누군가가 이렇게 하나씩 짚어서 가르쳐주고 다정하게 인도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작년에 다녔던 반은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았었다. 그게 싫었던 건 아니었다. 나는 내향형 99%의 인간이다.

그저 지금의 반 분위기와는 대조가 되어서인지 수업 시작과 끝에 서로 인사를 나누고, 어려운 동작을 서로 물어보고, ‘힘드네요’, 같은 말과 웃음을 주고받는 것이 소소하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그게 조금 기뻤다. 수영장에서의 기쁨 하나를 새롭게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나의 수영 전후 루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름 작년에 다녀본 경험이 있다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필요했었던 부분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무언가 많이 아쉬웠다.

일단 가장 불편한 점은 수영 가방이 너무 무겁다는 것이었다. 작년에도 이 부분이 힘들었어서 이번에는 여러 가지 제품을 잘 알아보고 어깨에 메는 가방을 샀는데, 여전히 많이 무거웠다. 또, 통째로 들고 다니던 무거운 샤워 용품들을 공병에 옮겨 담았지만 막상 급하게 쓰게 되다 보니 용품들 간의 구분이 잘 되지 않았고 내가 고른 공병은 내구성이 좋지 못해 아쉬웠다. 그리고 공병에 옮겨 담아도 여전히 너무나 무겁다는 것이 힘들었다. 나만 이렇게 수영 가방이 무거운 걸까? 아니면 내가 수린이라서 가방을 가볍게 만드는 요령을 아직 모르는 걸까?​

수영장에서의 내 동선을 몇 번이고 그리면서 예상되는 상황들을 떠올려 가장 적절할 것 같은 계획을 만들었는데, 막상 실제 상황이 되니 완벽한 예측이라는 건 진작에 없었나 보다. 직접 겪지 못하면 절대로 알지 못하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예를 들어 크기가 작은 제품이면 가볍고 사용하기 편리할 줄만 알았는데, 한번 잘못 놓쳐서 데굴데굴 굴러가면 그게 어찌나 빠른지 축구공 쫓아가는 수비수처럼 최선을 다 해 달려가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집에서는 매일 가능했던, (그래서 습관이 된) 스킨케어 순서를 이곳에서도 당연히 똑같이 할 줄 알았지만 앞으로 그런 날은 많이 없을 것 같다. 드라이기는 쟁취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되기 때문에, 지금껏 얼굴-바디-헤어 순으로 나이트 루틴을 해 왔지만 여기서는 드라이기를 언제 손에 얻게 되냐에 따라 그 순서가 매번 유동적일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못했다. 파우치에 보글보글 비누 거품이 묻는 바람에 꽤나 난감했다. ‘수영장 도착-샤워-강습-샤워-스킨케어 및 드라이’를 끝내고 수영장을 나오기까지 어떻게 하면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이 과정을 결코 ‘대충’ 만들고 싶지 않다. 이 시간은 내가 마음대로 운영함으로써 스스로에게 기쁨을 선물할 수 있는 기회이다. 어쩌면 나의 무조건적인 행복 루틴이 될지도 모른다. 이 귀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하루의 일부분을 차지할 이 시간을 체계적이고 똑 부러지게 보내고 싶다. ​그래도 부딪히는 것까지는 했으니까, 생각지도 못한 불편함들은 계속 보완하고 방법을 수정해 나가면서 나에게 딱 맞는 루틴을 찾아야겠다. ​​

수업을 마칠 때 선생님께서 나에게 따봉을 날려 주셨다! 따봉 하나에 기분이 좋은 하루다. 더 열심히 연습해서 수영의 기쁨을 더 많이 찾고 싶다.


<오늘의 강습 리뷰>

1. 자유형: 어깨를 완전히 돌리기 (대충 동그랗게 말고 커다란 원을 예쁘게 그리는 느낌으로)

2. 평영: 고개를 숙일 때 바닥을 정면으로 보고, (내 느낌 상으로) 골반보다 위에서 개구리가 되기. 발등은 최대한 접힌 상태에서 발바닥으로 물을 뻥~ 차주고 두 다리는 완전히 닫아 모아주며 발등 쭉 펴기. 동작을 미친 듯이 연속하려고 하지 말고 잠깐 쉬어주기. (계속 이어서 하면 허벅지에 불남)

3. (new!) 평영 팔 동작을 배우고 수업을 마쳤는데, 다음 수업에서 다리랑 합동 공연을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팔 따로, 다리 따로 뚝딱일 것 같아서 걱정된다.

*팔 동작 4단계 각각에서의 손등 방향과 손가락 끝이 찔러야 할 위치를 연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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