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마지막 마중

저녁때, 아빠와

by 송이


그날도 퇴근을 하고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를 타고 가면서 초조하게 시계를 보았다. 시내 도착까지는 7분, 집에 들어가는 버스는 6분 뒤 출발, 버스를 환승해야 하는데 아슬아슬하게 놓칠 것 같았다. 나는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다니는 시골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집에 가려면 그 버스를 꼭 타야 했다. 좀 더 빨리 갔으면 좋겠는데 속 타는 내 맘도 모르고 버스 기사 아저씨는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결국 1분 차이로 버스를 놓쳤다. 허탈한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리자, 저 멀리 얄미운 버스의 뒷 꽁무니가 보였다. 나는 맥이 탁 풀려 정류장에 주저앉았다. 택시조차 잘 잡히지 않는 시골 정류장. 나는 한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렇게 버스를 놓치는 날이면 늘 나를 데리러 오시던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 이따가 저녁때 나 데리러 와.”

언젠가 출근길에 아빠에게 했던 이야기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아빠는 내가 버스를 놓치지 않았어도 종종 나를 데리러 오셨다. 아빠의 파란 트럭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오디오에서는 아빠가 좋아하시는 고향 역이 흘러나오고 아빠와 나는 같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알간 노을, 좁은 시골길 옆으로 펼쳐진 논밭이 온통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아빠는 나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하셨다.

아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간만 되면 나를 데리러 오셨다. 어떤 때는 일주일 내내. 귀찮을 법도 한데 아빠는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셨다.

“짠!”

눈이 포슬포슬 내리던 어느 겨울날, 아빠 차에 타니 아빠는 잠바 안에 품고 있던 붕어빵 봉지를 내밀었다. 식을 까 봐 잠바 속에 붕어빵을 품고 계셨던 탓에 눅눅해진 붕어빵이 나를 반겼다.

“아빠 붕어가 다 기절했어.”


아빠와 나는 마주 보며 웃었다. 아빠와 함께 군것질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렇게 나를 사랑해 주던 아빠가 암에 걸리셨다. 아빠가 투병하시는 동안 나는 버스를 놓치는 날이면 한 시간을 기다리거나 택시를 타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픈 아빠에게 짐을 지워주기 싫었다. 그런데 어느 날 출근하려는 내게 아빠가 저녁때 데리러 갈 테니 기다리라고 하셨다.

“괜찮아. 버스 타고 올게.”
“아빠가 데리러 갈게.
”진짜 괜찮아. 버스 타면 돼. "

괜찮다는 내 말에도 아빠는 계속 데리러 가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알았어, 대신 아빠 힘들면 나오지 마.”


그날 퇴근길 시내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아빠의 트럭이 보였다. 아빠는 미리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병색이 완연한 아빠의 얼굴은 창백했고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건강했던 아빠였는데…. 힘이 드셨는지 아빠는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하셨고 차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며 눈물을 참았다. 괜히 창밖만 바라보았다. 어스름한 어둠만이 차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 나는 문득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오늘이 아빠가 나를 데리러 나오는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는 걸.

그리고 며칠 뒤, 늘 나를 데리러 나오시던 그 시간에, 아빠는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아빠 생각을 하다 보니 정류장에서의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는 어둠만이 조용조용 내려앉았다. 나는 곧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승객은 나와 학생 두 명밖에 없는 시골 버스가 조용히 달리다 신호등 아래 멈춰 섰다. 무심코 창밖을 보니 옆 차선에 아빠 차와 같은 트럭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그 파란 트럭을 보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아빠가 너무 보고 싶은 그 저녁,
나는 버스에서 그렇게 한참을 소리 없이 울었다.

이제는 시내로 이사를 나와 버스를 한 시간씩 기다릴 일이 없다. 그때는 정말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덕분에 아빠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었다. 집으로 달려가는 동안 아빠와 도란도란 나누던 이야기들. 무슨 이야기를 나눴었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포근했던 아빠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기억난다.

나를 향한 사랑으로 항상 나를 마중 나오던 아빠, 아빠와 함께하던 그 저녁때.
아빠는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까.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24화그의 나이에 10을 더하면 내 나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