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프리 Oct 21. 2023

주고 싶다고 다 주는 게 맞을까?

받는 이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마음

식물을 키우는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과습'이다.



과습은 보통 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

뿌리가 썩게 될 경우를 말한다.


뿌리가 썩게 되면,

그 식물은 소생이 거의 불가능하다.


내가 가장 아끼던 식물이었던

코로키아를 키우며 물을 너무 많이 줘

과습으로 죽인 적이 있었다.


그때 아빠에게 들었던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네가 원할 때 물을 주면 안 되는 거야,

얘가 원할 때 물을 줘야지

너 마음대로 다 주는 건 일방적인 거야"


'난 그냥 잘 챙겨주고 싶었는데...'


.

.

.


시간이 한참 지나고 생각해 보니

과습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듯했다.


내가 베푼다고 베푸는 게

상대방은 원하는 게 아닐 수 있다.


상대가 원하는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마음을 드러내는 게 맞다.


한 지인이 말하길

"난 카카오톡에 생일 알림 꺼놔,

생일마다 받게 되는 카톡선물 기능이 너무 싫더라고,

내가 받고 싶던 선물은 거의 없고

결국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처럼 느껴지거든

무의미한 반복이야

난 그냥 생일축하한다는 안부인사정도가 좋더라"


선물은 다 좋은 게 아닐까 했던

내 고정관념에 충격이 생긴 날이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드러내는 마음에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구나,


참 어렵지만,

내가 주고 싶다고 주는 것보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마음을 표현하는 게

성숙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이전 09화 과유불급, 사랑할 때 필요한 거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