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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리 Oct 21. 2023

식물에게 위로를 받았다

식물에게 배우는 삶의 방식

어느 날 내가 키우던 식물이

 병충해를 하게 되었다.

장마철 식물이 병충해를 하는 현상은

굉장히 흔한 일이다.


그런데 병이 든 식물을 그대로 두니

점점 옆에 있던 건강하던 식물까지

하나 둘 병이 들기 시작했다.


뒤늦게 병이 든 식물을

건강한 식물과 분리했고,

아픈 식물들에게는

약을 주어 보살펴주었다.

그리고 다시 모든 아이들이 건강해졌다.


그런데 어이가 없게도

아픈 아이들에게서 위로를 받았다.


너네도 아프면 같이 아프구나

나약해서 그런 게 아니고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럴 수 있구나


.

.

.

.

.


나는 성격이 참 이상한 부분이 있다.

주변사람이 아프거나, 속상해하면

더 아프고 속상하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일이 있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

짝꿍이 무릎을 다쳐 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 엉엉 울며

함께 양호실을 갔다.


그리고 보건선생님께서는 나에게

"너는 어디가 다쳤니?"

하고 물으시길래


"저는 안 다쳤어요"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그럼 너는 왜 우니? ㅎㅎㅎ"

하고 물으시길래 순간 민망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가면서

내 공감이 가끔은 '과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구가 속상한 일을 겪으면

마음이 저릿저릿했고


나쁜 소식이 들리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상황을 듣곤 하면

내가 해결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쓸데없는 책임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내가 그러니 사람은 다 그런 줄 알고 살았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모두가 그런 게 아님을 알게 되었고,


사람과 사람의 감정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경계가 있을 때

보다 건강함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천성은 고쳐지질 않는다고

어느 날 문득문득 들려오는 슬픈 소식에는

마음이 동요되기는 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너무 나약한 가‘는

생각에 자책하기도 했다.



그런데 병이 옮는 식물을 보며

 건강하던 식물도

아픈 식물과 너무 붙어있으면

같이 아플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조금만 건강한 거리를 두면

시간이 지나 모두 건강해질 수 있구나

하루, 이틀 식물에게서 위로를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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