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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 Jun 26. 2024

20화  장군이 아빠

사랑하는 반려견 떠나보내기

장군이 아빠는 장군이의 꺼져가는 눈빛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함께 했던 12년 하고도 11개월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그 순간들을 지날 때는 몰랐는데 지금 이 순간 그 시간이 너무도 짧은 것 같습니다.

이별이 이렇게 빨리 올 줄 알았다면 진즉에 부탁해 볼 걸 그랬습니다. 이별에게, 이슬이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이슬을 밟고서 조금만 느린 걸음으로 와달라고. 그랬다면 장군이는 13살을 채우고 떠날 수 있었을 텐데….

12살 생일을 지날 때만 해도, 13살 고개쯤은 거뜬히 넘고 14살 고개는 힘겹지만 그래도 넘고 15살 고개에서 “아빠, 나 힘들어. 이제 쉬고 싶어”라고 할 줄 알았습니다. 장군이를 입양했을 때는 함께할 시간이 아주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러는 바쁘다는 핑계로 혼자 두었고 더러는 게으름을 부리면서 산책 시간을 줄이기도 했는데.

아, 그때 왜 그랬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후회뿐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놀아주고 아무리 게으름 부리고 싶어도 장군이랑 하는 산책 시간만큼은 꾀부리지 말걸….

지금에 와서 가슴을 칩니다. 그 시간을 끌어올 수만 있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소중하게 보낼 텐데…. 그러나 그 시간은 이미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린 시간….     


장군이가 눈을 감습니다. 실눈으로 아빠를 바라보다가 이제는 그것조차 힘겹다는 듯이 꺼풀을 내립니다.

장군이 아빠는 장군이의 발을 잡고 기다립니다. 다시 장군이가 눈을 뜰까 하고. 하염없이 장군이를 바라봅니다. 시간이 그대로 멈춰 버린 것 같습니다.

그때 등 뒤에서 누가 묻습니다.

“사체는 어떻게 할까요? 저희가 처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장군이 아빠의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장군이가 영원히 갔다는 사실을 인지합니다.

장군이 아빠는 천천히 일어섭니다. 수없이 계획하고 수없이 상상했던 대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정신이 멍합니다. 마치 이 순간이 다른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 같습니다. 내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 같습니다.

정신 차렷! 장군이 아빠는 자신을 호통칩니다. 이제 시작이야! 장군이를 잘 보내야지! 그게 니 할 일이잖아! 무너지는 억장을 보듬고, 장군이 아빠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짜냅니다.

“어떻게 처리합니까?”

“일단 냉동고에 넣어서 보관합니다.”

“냉동고는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어떻게 이동합니까?”

장군이 아빠는 장군이를 봅니다. 장군이는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마치 잠을 자는 듯이.

“마대에 싸서 이동합니다.”

“그 뒤에는요?”

“사체가 많아지면 그때 일괄처리합니다.”

“어떻게 처리합니까?”

“쓰레기 폐기물로 처리합니다.”

장군이 아빠는 입을 꾹 다뭅니다. 동물 사체를 마대에 넣어서 쓰레기 폐기물로 처리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일입니다. 현행법상 동물 사체는 쓰레기이고 폐기물이니까요. 그러니 동물병원에서 장군이를 쓰레기 폐기물로 처리하겠다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장군이 아빠는 화가 납니다.

“아니 방금까지 살아있던 애를 쓰레기로 폐기하다니요! 체온이 다 식지도 않았는데, 너무 몰인정한 거 아닙니까! 그것도 마대에 싸서 이동한다고요? 깨끗한 천도 아니고 동물이라고 이렇게 함부로 취급해도 되는 겁니까!”

“저희는 법대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게 싫으시면 보호자님이 데려가시면 됩니다.”

동물병원 관계자는 침착합니다. 아마도 이런 일을 수없이 당했겠지요. 순간 장군이 아빠의 분노가 한숨으로 바뀝니다. 탓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에게 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듭니다.

그래도 장군이를 쓰레기 폐기물로 취급하는 말엔 동의할 수 없습니다. 12년 11개월을 함께 살았던 가족을 아무렇게나 마대에 둘둘 싸서 냉동고에 쌓는다는 말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장군이를 다른 쓰레기들과 같이 쓰레기장에 매립한다는 말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데리고 가겠습니다.”

장군이 아빠는 미리 준비한 하얀 천으로 장군이의 몸을 감쌉니다. 그러고 장군이를 안아 듭니다. 순간 휘청합니다. 이제야 녀석이 죽은 것이 실감 납니다. 살아있는 장군이는 이렇게 무겁지 않았으니까요. 죽은 장군이는 살아있는 장군이를 둘쯤 포갠 것 같습니다. 장군이 아빠는 장군이가 아프면서부터 장군이를 안는 것에 익숙했습니다. 이제껏 살아있는 장군이의 무게에 익숙해서 그런 걸까요? 죽은 장군이를 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다시 시도합니다. 상체를 뒤로 한껏 젖히고 장군이를 안아 들고 어렵사리 차로 옮깁니다.     

 

장군이를 뒷좌석에 눕힙니다.

언제나처럼.

뒷자리는 늘 장군이 자리였습니다. 장군이는 뒷좌석에 얌전하게 엎드려서 아빠와 함께 산으로 바다로 다녔습니다. 틈이 나는 대로 장군이 아빠는 장군이를 무서워하는 도시보다 장군이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자연으로 데려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자연은 장군이의 덩치를 무서워하지 않으니까요. 태어난 그대로 장군이의 자태를 인정해 주니까요.

뒷좌석에 누운 장군이를 보자 마치 장군이가 살아있는 듯합니다. 다음 단계는 화장터에 전화하는 것인데, 장군이 아빠는 혼란스럽습니다. 마치 모순된 두 현실이 포개진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장군이가 뒷좌석에 있는데, 죽은 장군이를 위해 화장터를 알아보는 이 상황이.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가상인지 헷갈립니다.  

   

잠시 후 장군이 아빠는 또 자신을 호통칩니다. 장군인 갔다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네가 헤매면 장군인 어떻게 하느냐고.

장군이 아빠는 마음을 다잡고 화장터로 전화를 겁니다. 화장터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러 군데 연달아 전화를 겁니다. 마침내 딱 하나 남았다는 화장터를 찾아냅니다. 약속된 시간에 그곳에 당도하려면 빨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장군이 아빠는 서둘러 차를 출발합니다.

도로를 달립니다. 어느 순간 눈앞이 뿌예집니다. 눈물이 두두둑 흘러내립니다. 장군이 아빠는 당황스럽습니다. 울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도 아닌데.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보이지 않는 도로처럼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장군이 아빠는 갓길에 차를 세웁니다. 그러고선 오열합니다.      


한참 후에야 눈물이 잦아듭니다. 이럴 때 장군이가 살아있었으면 분명히 부드럽고 따뜻한 혀로 아빠의 뺨을 핥아주겠지요.

“장군아, 아빠 우는데.”

장군이 아빠가 뒤돌아봅니다. 금방이라도 장군이가 일어나 “아빠, 울지 마”할 것 같은데 장군이는 꼼짝하지 않습니다.

“장군이 이 녀석!”

나무라는 듯한 아빠의 언성에도 장군이는 깨지 않습니다. “진짜로 죽었구나. 진짜로 죽었어”하고 장군이 아빠는 중얼거립니다. “장군이 이 녀석, 진짜로 죽었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새롭게 알은 듯이 장군이 아빠는 가슴이 먹먹합니다.      


이제 장군이 아빠는 앞만 봅니다. 뒷좌석을 외면합니다. 뒷좌석을 보지 않으면 장군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그럽니다. 장군이의 죽음이 없던 사실이 될 것 같아서 그럽니다. 자신의 인지 왜곡과 싸우지 않아도 되어서 그럽니다.

자동차는 갓길에 멈춰 서 있고, 장군이 아빠의 생각은 장군이의 생 끝에 멈춰 서 있습니다. 시간은 그렇게 계속 흐르고….    

  

한참 만에야 장군이 아빠는 화장 시각을 기억해 냅니다. 어렵게 구한 화장터라는 것도 기억해 냅니다.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못하면 장군이를 화장할 수 없습니다. 장군이를 화장하지 못하면 쓰레기 폐기물로 보내야 합니다.

그건 장군이를 위한 도리가 아니지.

아빠로서 아빠 할 일을 해야 장군이 볼 낯이 서지.

장군이 아빠는 마음을 추스릅니다. 운전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제 맘대로 나오는 눈물이 문젭니다. 두 번이나 더 장군이 아빠는 느닷없이 터져 나오는 눈물 때문에 갓길에 차를 세웁니다. 오열을 토합니다. 이토록 많은 눈물이 자신의 어디에 고여 있었을까요?

장군이가 노령견이 되면서부터 수개월을 다져온 마음이 이렇듯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줄 장군이 아빠도 미처 몰랐습니다.    

  

겨우 화장터에 도착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바람에 일을 서두릅니다. 화장하는 것 말고도 많은 옵션이 있습니다.

먼저 수의와 관.

장군이를 사랑했던 만큼 최고를 선택하면 좋겠지만 이미 장군이 아빠는 보통으로 하기로 정해두었습니다. 대신 살아있을 동안 최선을 다해 장군이를 사랑하기로 12살 장군이 생일 때 마음먹었습니다. 그 결정엔 강변 잔디밭에서 들은 이야기가 도움이 됐습니다.

그 당시 봄이 엄마가 말했습니다.

“관과 수의를 보통으로 해도 150만 원이래요. 내 친구는 수의도 관도 안 했대요. 평소 좋아하던 옷을 입혀서 보냈대요. 나도 그렇게 보내고 싶어요.”

이어 보슬이 엄마가 말했습니다.

“우리 형님은 비용이 좀 들었어요. 관하고 수의 하고 스톤, 사진을 했거든요. 아, 스톤은 뼈를 녹여서 만들어주는 돌이에요. 요즘은 뼛가루를 넣는 단지 대신 스톤을 많이 선택한대요. 장식처럼 집 안에 놓아둘 수도 있고 목걸이로 만들 수도 있으니까. 지금도 형님 집에 가면 장식장에 개 사진이 가득한데 그 가운데 스톤이 놓여 있어요. 장례식 날에 식구들이 전부 상복을 입고 상도 떡 벌어지게 차렸어요. 스님을 불러서 염불도 하고 싶었는데, 경황이 없어서 스님은 못 불렀고요. 뒤에 누구한테 들으니 어느 개 장례식에서 염불을 마친 스님이 돌아서서 웃더라, 하더라고요. 하기사 스님도 안 우스웠겠어요? 사람도 아니고 개를 위해 염불을 하니. 나는 이렇게는 안 하려고요. 기본으로 정성스럽게 보내려고요. 아, 진짜! 쓰레기 마대에 넣어서 폐기물로 버리는 것은 아니지 않아요? 차라리 몰래 산에 가서 묻지.”

솔이 엄마도 말을 보탰습니다.

“내가 아는 언니는 천만 원을 들여서 반려견을 보냈어요. 최고급의 오동나무 관에 최고급 실크 수의를 입혀서요. 사진으로 보니 하얀 실크 수의가 참 예쁘더라고요. 돈이 있으면 뭐, 최고로 보내면 좋죠. 하지만 반려견을 잃은 슬픔은 돈을 많이 들였다고 해서 더 슬픈 건 아니라고 봐요. 돈보다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사랑하는 반려견을 떠나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화장터에 장군이에게 맞는 관과 수의가 하나도 없습니다. 장군이가 대형견이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장군이 아빠는 황당합니다. 그래도 어떡합니까. 없다는데 당장 만들어내라고 할 순 없잖습니까. 집에 가서 장군이 옷을 가져올 수도 없고….

다음 순간 오히려 차라리 잘됐다, 하고 마음을 돌이킵니다. 인간이 만든 옷을 거추장스럽게 입고 떠나느니 원래 제가 입고 태어난 털옷을 입고 떠나는 것이 순리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장군이 아빠는 결국 관도 수의도 없이 장군이를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다음은 스톤과 사진. 장군이 아빠는 스톤과 사진을 만들기로 합니다. 그것들이 장군이를 향한 그리움이 쌓일 때마다 장군이와 행복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는 타임머신이 돼줄 거라 믿습니다.


재가 된 장군이가 강변 잔디밭으로 돌아온 것은 밤입니다. 어둠 속에서 장군이 아빠는 장군이를 잔디밭 옆 강둑에 묻습니다. 그러고는 그 옆에 앉아 있습니다. 장군이를 혼자 두고 떠나자니 마음이 쓰입니다. 외로울까 봐. 그래서 검은 강물이 울렁울렁 속울음을 삼키면서 흐르는 소리를 내내 듣습니다.

밤이 깊어져 가로등이 눈을 감고 나자, 장군이 아빠가 말합니다.

“장군아, 아빠 낼 올 테니까 쉬고 있어.”     


다음 날, 솔이가 강둑에 앉아 있는 장군이 아빠에게 달려갑니다. 장군이 아빠 앞에서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돌리자, 장군이 아빠가 급하게 눈 씻은 손을 솔이에게 내밉니다.

“솔아, 장군이 오빠한테 인사해라. 장군이 오빠 여깄다. 장군아, 솔이 왔다.”

그다음 날에도 솔이는 장군이 아빠에게 달려가고, 장군이 아빠는 두 손으로 솔이를 쓰다듬습니다.

“솔이 이 녀석, 또 컸네. 볼 때마다 크네.”

“아이고, 자꾸 크면 안 되는데. 이러다 장군이만큼 크는 것 아니에요?”

“장군이만큼 크면 장군이랑 뛰놀면 되겠네. 우리 장군이 놀 친구가 없어서 멀리 전라도, 충청도까지 가서 놀았는데.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한 달에 한 번이 두 달에 한 번이 되고, 석 달에 한 번이 되고, 그러다가 일 년에 한 번이 되더라고요. 좀 더 자주 데려가서 실컷 놀게 해 줄걸. 솔아, 장군이 오빠가 안 보고 싶나? 장군이 오빠 기억해라, 잊어뿌면 안 된다, 알았재?”

갑자기 장군이 아빠가 고개를 숙입니다. 솔이가 장군이 아빠의 손을 핥습니다. 잠시 후 장군이 아빠가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듭니다.

“장군이 보고 싶지요?”

“꿈에라도 나타나면 좋겠는데 안 나타나네요. 무정한 놈, 매정한 놈, 못돼 처먹은 놈. 이렇게 욕하는 것을 듣고 찾아와서 ‘아빠, 왜 그래!’라고라도 하면 좋겠는데. 지금도 녀석의 목줄을 손에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옆을 보면 장군이가 날 쳐다볼 것 같고….”

장군이 아빠는 장군이가 묻힌 땅에서 먼 하늘로 눈길을 돌립니다.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둥실 떠가고 있습니다.

“구름조차 장군일 닮았네….”    

 

그렇게 48일이 지나갑니다.

장군이 아빠는 하루도 빠짐없이 와서 장군이 옆에 있다가 돌아갑니다.      


49일째, 장군이 아빠가 유독 오래오래 강둑에 앉아 있습니다. 해가 질 무렵이 되자 그제야 장군이 아빠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납니다.

“내가 장군이를 못 잊을 것 같아서 스톤하고 사진을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모친 꿈에 장군이가 날마다 와서는 아팠을 때 그 우울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래요. 모친 말이, 절 떠나보내줘야 하는데 우리가 붙잡고 있어서 우울한 표정으로 오는 것 아니겠냐,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이 49일째가 되는 날이라서 스톤 하고 사진 하고 한지에 싸서 묻었어요. 자유롭게 놓아주려고요.”     


50일째. 장군이 아빠가 강변 잔디밭에 오지 않습니다. 51일째도 오지 않습니다. 52일째도 오지 않습니다. 53일째 되는 날, 드디어 장군이 아빠가 옵니다.

“스톤과 사진을 묻어주고 나서, 모친이 그날 처음으로 꿈을 안 꾸고 푹 잤답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꿈을 꿨고.”

솔이 엄마도 봄이 엄마도 하양이 엄마도 귀를 쫑긋 기울입니다.

“장군이가 환한 표정으로 넓은 들판을 달려오면서 나를 보고 웃더라고요. 몸이 가볍고 건강해 보였어요. 녀석의 환한 표정을 보니까 나도 기분이 너무 좋은 거야. 꿈에서 깨고 나서 드는 생각이 ‘아, 녀석이 인사하러 왔구나!’였죠. 자기는 좋은 곳으로 갔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잘 지내라고. 참 신기하더라고요.”

장군이 아빠의 표정이 밝습니다. 얼굴에 그득했던 슬픔이 말끔히 걷히고 없습니다. 햇빛이 장군이 아빠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는 것 같습니다.

“진즉에 놓아줄걸. 훨훨 놓아 보내줘야 할 녀석을 죽어서까지 우리가 붙들어 매고 있었으니. 사진하고 스톤을 묻고 나니까 고맙다고 찾아오는 것 좀 봐. 사진, 스톤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잘 떠나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두 고개를 끄덕입니다. 장군이 아빠가 쭈그리고 앉아서 솔이의 두 앞다리를 잡아 올립니다.

“솔아, 장군이 아저씨 말 잘 들어라. 오늘 마지막 인사하러 왔다. 인제부터는 장군이 오빠도, 장군이 아저씨도 잊아뿌라. 앞으로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게 살아라. 알았재?”

장군이 아빠가 잔디밭을 떠나갑니다. 장군이를 혼자 두고 홀로 떠나갑니다. 장군이를 떠나보낸 슬픔은 강둑에 묻고 장군일 사랑했던 기억만 가지고 떠나갑니다. 그 발걸음이 새털같이 가볍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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