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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Oct 29. 2024

가을_소리

19. 바스락_이면 가을입니다.

낙엽이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이런 경우 어떤 선택을 하시나요?


낙엽을 피해서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저처럼 공연히 한번 밟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바닥에 낙엽이 있거나 말거나,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때로는 밟고 지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 못해 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혹시, 어떤 감각으로 가을을 느끼시나요?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잎을 보아도 그러하고, 추수를 기다리는 황금들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로 가을이 왔음을 실감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엄밀히 말하면 눈이 아니라 귀로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바닥에 떨어진 낙엽입니다. 가을이 되어야 비로소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을 밟아보고 싶어지거든요. 그렇게 무작정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된 것입니다.


아직 가을이 오기 전 낙엽은 한껏 습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이런 낙엽은 애써 밟음이 무소용이거든요. 마치 납작하게 눌려버린 오징어처럼 , 그저 구둣발에 밟혀 그 마지막 생을 다하고 나면 그뿐입니다.


가을의 소리는 "바스락"입니다.


저에게는 그 어떤 소리보다 듣기 좋은 소리, 그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선명해지고, 밟고 난 후 납작한 오징어가 아니라 산산이 부서졌을 때 비로소 가을이 깊었구나 실감이 납니다.




To. 가수님


가을입니다.

가수님이 좋아하는, 그 가을 맞습니다.

울긋불긋 단풍이 든 둘레길이 아니더라도, 아파트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도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실감하는 중입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을 보면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고, 늘 남을 먼저 배려해 주는 가수님이시니 청소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살짝 피해 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전에 가을냄새로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던 가수님과는 다르게 저는 소리로 느끼고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낙엽을 밟았을 때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참으로 듣기가 좋아지거든요. 가을 낙엽에서만 들을 수 있는 듣기 좋은 바스락 소리가 있습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의 온도가 어떻고 습도가 어떻고 하는  과학의 원리를 적용하기 이전에 그저 그렇게 우리의 감각으로 느끼는 가을입니다.

가수님은 냄새로 저는 소리로 각자 그렇게 가을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그런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이러다가 진짜 가을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마저 드는 요즘입니다.  

가을이 더 깊어져서 겨울을 재촉하기 전에 가수님도

낙엽을 밟으며... 

비스락소리를 들으며...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여전히 아리송하게 알 수 없는, 가을의 냄새가 무엇인 를 생각하며 예민한 후각을 동원해 보겠습니다.


부디 가수님이 좋아하는 이 가을이 더디게 지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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