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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 Jul 11. 2023

이끼를 닮은 사랑

난 높이 자랄 수 없습니다

뿌리가 없어서라고 하지만 실은

덮는 일에 익숙하기 때문이에요


상처에 뿌리내리고 싶지 않아서

덮기로 한 사랑


미끄러울까 손을 잡아주던 

여름 계단에서 마주쳤습니다


다행이에요

뿌리가 없어 슬픔은 온몸으로 빨아들여요

땀을 흘리면 개운한 이유입니다


자꾸 상처를 벗어나 번지긴 합니다만

이젠 어쩔 수 없어요

난 나한테서 자꾸 미끄러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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