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시간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린 가까운 것만 보고 가까운 것만 사랑합니다
멀리 있는 걸 보기 위해선 내가 다가가야 하고
다가가기 위해선 무릅쓸 용기가 필요합니다
산안개 뒤에 무엇이 있는지 짐작해 봅니다
하늘을 품은 능선과 산 아래를 키우는 계곡이 있지만
위험한 짐승을 품고 있을지 모릅니다
용기를 내지 못한 건 그러나 짐작 때문이 아니라
지금 보이는 게 안개여서고
산을 오르려다 안개를 보았고 안개 뒤가 궁금했습니다
내일은 조금 용기를 내보기로 했고
빗방울에 젖어도 그만이라
조금 멀리 가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어쩌면 젖은 당신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