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인간의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 오로지 살아 있는 신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는 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248쪽 : 시집간 딸 셋은 다 가난해서 아무 소용 없고, 아들 하나 있던 것은 공사판에서 사고로 죽고 나서 며느리가 남남처럼 됐으니까요.
257쪽 : 어찌 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몰인정하고 야박하게 구느냐구요. 도대체 얼마나 더 돈을 갖고 싶어서 그리고 지독하고 징글징글하게 욕심을 부릴까요.
259쪽 : "저어 아저씨, 여기서 담배 열 갑씩 사가던 할아버지 어찌 됐는지 아세요?"
남자애의 말은 낮고 빨랐다.
'아, 바로 너로구나!'
265쪽 : '아아... 돈, 돈! 날마다 이렇게 쉽게 벌어 1년이면 얼마지? 또 10년이면 얼마지? 돈이야, 돈! 돈이 최고야!'
271쪽 : 아니 글쎄, 그 미련한 인간이 어떤 학생한테 담배를 전하다가 덜컥 걸렸다니까요.-중략-
"저 멀리 밖에서..? 그게..."
오수자는 말을 뚝 끊었다. 그녀가 꿀떡 삼킨 말은 '그게 그거 아니에요?'였다.
282쪽 : 그래, 현규가 '돈은 인간의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하는 정의를 입증해 주는 실증자와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283쪽 : '인생은 원인의 철학도 아니고 결과의 철학도 아니고 경과의 철학인다.' 칸트. '인연을 맺지 말라. 원수는 만나서 괴롭고, 그리운 사람은 만나지 못해서 괴로우니라.'석가모니. '가장 행복한 것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고, 그다음은 빨리 죽는 것이다.'쇼펜하우어. '절망의 반대편에서 삶은 시작된다.'사르트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일절 구속하지 않을 때 나는 비로소 참 나가 될 수 있다.'노자.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한 사람은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니체. '명성을 남기려고 급급하지 말라. 그대가 앞선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듯이 뒤따라오는 사람들도 그대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으니 리니.'아우렐리우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을 알아내는 일이다.'탈레스.
284쪽 : 인생에 있어서 돈이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아무 돌발적이고, 신선했어. -중략- 교단 끝에서 휙 돌아선 교수가 칠판 빈 데다 쓰기 시작했어. '돈은 인간에게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 이렇게 쓴 교수가 돌아서더니 '오늘 강의는 끝!'하고 강의실을 나갔어.
292쪽 : "로또? 그거 골 때리는 거잖아. 매냥 허탕 치게 만들고."
"근데 글쎄 우리 아빠가 그 허탕에 빠졌다니까."
294쪽 : "글쎄, 할머니가 남기신 유산을 쬐끔 물려받았거든. 우리 아빠 생전 첨으로 공돈이 생기자 그만 마음이 변한 거야. 그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지. 마음속에 숨어 있던 돈 욕심이 발동하기 시작한 거야."
296쪽 : 돈독이 그렇게 무서워.
297쪽 : "무슨 소리긴. 우리 집 거덜 나 알거지 되면 우리 우정도 끝이지, 뭐. 내 꼴 창피해서 내가 꼭꼭 숨어버릴 거니까."
299쪽 : 상황이 아무리 답답하고 따분해도 대학 세월을 후회할 건 없어. 결코 헛세월 보낸 게 아니니까. 그 4년 동안의 온갖 경험들이 우리 인생에서 싹 지워지고 없다고 ㅅ애각해 봐. 인생이 얼마나 삭막하고 건조하고 밋밋하고 그렇겠어. 우리가 돈 많은 애들처럼 멋 많이 못 부리고, 여행 많이 못 하고, 궁하고 고생 많이 하면서 4년 보냈지만 우리 나름으로 얼마나 재미있고 알차고 의미 있고 그랬어. 머리에 채운 것도 많아졌고. 당장 돈을 만들 수 없어서 그렇지 대학 생활은 참 좋은 경험이었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잖아. 그 좋은 걸 나쁘게 생각하지 마. 우리만 불행해지니까. 안 그래?
306쪽 : "행복? 그 말 꼭 외국어 같네. 안 돼도 어쩔 수 없지 뭐.'
309쪽 : 어머니는 돈 되는 것이면 무슨 일이든지 닥치는 대로 덤벼들었다. 위신이고 체면이고 수치고 다 벗어던진 어머니의 돈벌이 전선에는 오로지 돌격과 전진이 있을 뿐이다.
311쪽 : 지배의 통쾌함. 그 기분은 참 야릇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뭐라고 꼭 찍어서 말할 수 없는 그 기분은 떳떳함이고, 뻐근함이고, 당당함이고, 승리감이고..., 참 여러 가지 기분이 뒤엉키는 것이었다.
313쪽 : '모든 종교의 신들은 다 죽었고, 생살여탈권을 가진 돈만이 오로지 살아있는 신다'였다
321쪽 : 이렇게 돈 앞에서 누나는 딴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붕어빵이나 군고구마를 반씩 나눠 먹을 때 조금이라도 큰 것을 자신에게 주곤 했던 그 옛날의 누나가 아니었다.
323쪽 : 요새 우리처럼 후진 인생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자꾸 늦추고, 결혼을 해도 애를 안 낳기로 하고, 그리고 혼자 살겠다는 사람들이 자꾸 많아지는 건 왜 그렇겠어. 다들 앞날이 불안하고 가망이 없으니까 그렇잖아. 우리 같은 인생, 결혼해서 둘이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대기업이나 전문직이 아니면 그 수입 뻔하잖아. 수입 보잘것없는 직업 가지고 둘이 죽어라고 일해서 벌어봤자 애들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가르치고, 집은 언제 장만하고, 생활은 언제 안정되고..., 이런 것 다 말하면 뭘 해. 절망만 점점 커지지. 난 그래서 사랑이며 결혼이며 그따위 것 다 포기하기로 했고, 사는 날까지 그저 혼자 사는 게 가장 홀가분하고 가장 편할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어.
1) 제목이 하는 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제목에 외쳐놓았다. 한 줄에 깊이를 알게 되기까지 긴 이야기가 있었다. 이처럼 인간 세상에 돈은 인생에 대한 서사였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돈'이라는 단어는 제 1조건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인간만 그럴까, 종교처럼 존재하는 돈이라는 물건에 대해 작가의 회의감이 주인공 이태하에게 고스란히 묻어났다. 인간이라면 본디 작은 것을 욕심내기 마련이다. 나도 다를 게 없기에 숨죽여 읽어 나갔다.
2) 이 시대를 사는 연녹색 청춘에게 하는 응원의 말
살다 보면 좌절을 겪는다. 그때마다 지난 시간을 후회한다. 분명히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세상에 사는 것만은 확실했다.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공간에 따라, 생각에 따라 다를 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대졸 똥멍청이'가 되어 사는 순간이 싫어진다. '왜 대학을 가고, 왜 '성공이라는 희망'을 가졌을까.'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아버지의 말이 있다. 대학을 가지 않고 장사를 하겠다는 나에게 때에 대해 말했다. 기억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한 말이었다.
"인간으로 살면서 남들이 해보는 건 다해봐야 하지 않겠어? 때라는 게 있는데, 안한 걸 후회할 때가 되면 하기에는 늦어."
아버지는 공업고등학교까지 나왔지만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나, 취업이 어렵지 않은 시대였다. 좋은 회사에서 정년을 보장받았고, 취미, 그리고 건강한 가족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좋은 학교도 아닌데, 대학을 나온다고 인생이 완벽해질 리 없다'라고 스스로 비관했다.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했던 아버지는, 단 하나, 대학을 나오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7남매의 넷째다. 그 시절에는 선택권이 없었지만, 여상에서도 1,2등 했던 작은 고모는 공사에 취업하고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학위를 땄다. 아버지 본인이 자기가 머리가 엄청 좋지는 않았지만, 하려고 했으면 했을 거라고 했다.
"사서한 고생은 후회보다 나은 선택이다."
딱 한 번 했던 아버지의 그 말이 가슴에 남아서 '지금이 아니면 후회할 것인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어린 화자들에게도 작가의 말에 보태어 이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인생의 언덕에서
잠긴 마음의 어둠을 여는 일,
이야기 속에서 나를 찾는 일,
돈 상관없이 행복하라는 말이,
돈 걱정 없이 살라는 말 같아서,
마음이 뜨거운 아침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