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욱 Jul 26. 2024

동백꽃 가득한 그 길 걸어보셨나요?

[순례노트⑦] 강진 백련사와 다산 정약용

‘르 카멜리아’      

럭셔리 패션의 대명사 샤넬의 상징. 고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꽃이라고 샤넬은 자랑한다.


동백꽃이다.  ‘명품의 상징’ 동백꽃은 원산지가 바로 한국과 중국, 일본이다.     

백련사 동백나무 군락지(출처:백련사 홈페이지)

강진 백련사 일주문에 들어서면 빼곡히 자리잡은 동백들이 순례자를 반긴다. 천연기념물 151호다.


약 7000그루의 동백은 11월 말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2,3월에 절정을 이룬다. 꽃잎이 하나 둘 지는 여느 꽃과 달리 꽃송이째 낙화하기에 ‘나무에서도 피고, 땅에서도 피는’ 꽃이다.


한파를 견뎌 피어나고 꽃송이째 지는 장엄함은 원칙과 신념을 지키는 선비의 높은 지조를 닮았다.     

낙화한 백련사 동백꽃(출처:백련사 홈페이지)

동백나무를 사이에 두고 백련사 가는 길을 걷다보면 조선 후기 유불선을 넘나들던 사상가의 향기도 느낄 수 있다.      


강진으로 유배 온 ‘조선의 천재’ 다산 정약용(1762~1836)과 불교의 해탈 문제를 넘어 경전 '주역'에도 정통했던 혜장선사(1772~1811)가 주인공이다.

     

다산과 혜장은 ‘주역’ 해석을 놓고 한바탕 토론을 벌이다가도, 다향을 앞에 두고 선 인간적 고뇌를 서로 털어놓았다.


백련사와 다산초당 사이에 난 오솔길이 ‘종교와 나이를 초월한’ 두 사상가를 잇는 소중한 통로였다.  

「소통을 생각했다. 다산 서옥에서 만덕사(지금의 백련사)로 올라가는 자드락길 같이 뚫려있는 소통. 그 소로를 타고 혜장은 정약용을 만나러 오고, 정약용은 혜장을 만나러 가곤 했다. 그 길은 유학으로 풀리지 않은 것은 불교로 풀고, 불교로 풀리지 않은 것은 유학으로 푸는 소통의 자드락길이었다.」

<한승원, 『다산2』, RHK, 2018, p.220>


혜장과 다산의 애틋한 우정은 주고받은 서찰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연찮은 해우에 갖은 시름 다 잊다가

헤어지면 마음 아파 그저 생각뿐인데,

때마침 들녘 절간 찾아

껄껄대는 웃음 속에 불법을 묻는다.“  <혜장과 다산이 주고받은 편지 중>(출처:백련사 홈페이지)      


“삼경에 비가 내려 나뭇잎 때리더니

숲을 뚫고 횃불이 하나 왔다오

혜장과는 참으로 연분이 있는지

절간 문을 밤 깊도록 열어놓았다네”  <다산과 혜장이 주고받은 편지 중>(출처:백련사 홈페이지)

강진 다산초당

18년 유배 생활의 한을 혜장이라는 벗과의 지적 소통으로 달랜 다산이지만, 가족과 떨어져 있는 고통을 견디기는 쉽지 않았을 터,


당시 권력자들에게 ‘잘못했다’는 편지 한 통을 보내면 유배가 풀릴 수 있다는 아들의 전갈에 다산은 선비의 지조를 굽히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들아.


천하엔 두 개의 기준이 있는데, 진리냐 아니냐, 이익이 되느냐 해가 되느냐 하는 기준이다.

두 기준에서 다시 네 가지 등급이 나온다.

첫째, 진리를 지키면서 이익을 얻는 것.

둘째, 다음은 진리를 지키면서 해를 입는 경우

셋째, 그 다음 등급은 진리 아닌 걸 추종하면서 이익을 얻는 경우

넷째, 마지막으로 가장 낮은 등급은 진리 아닌 걸 추종하면서 해를 입는 것.

 

잘못했다고 항복하라는 건 세 번째 등급인 진리 아닌 것을 추종하여 이익을 얻으라는 것이다.

그건 결국 마지막 등급, 진리 아닌 것을 추종해 해를 입는 것으로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내가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했음에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 또한 내 운명인 것이다.

마음을 크게 먹고 걱정하지 말고 시일을 기다려 보는 게 도리에 십분 가까울 것이다.」

 <한승원, 『다산2』,RHK, 2018, p.256-258>

강진 백련사에서 바라본 강진만

유배생활의 막막함 속에 백련사 앞 바다를 바라보며 다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당에서 대웅전과 보랏빛 만덕산을 등진 채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섬들이 연꽃잎처럼 안존했다. 저 바다를 연꽃바다라고 이름 붙여도 좋고 이 절을 백련사(白蓮寺)라고 불러도 좋겠다.」  <한승원, 『다산2』,RHK, 2018, p.139>      ///TOK///    



*주) 소설가 한승원 선생은 장편소설 「초의」 (열림원,2023)에서 ‘정약용의 삶의 역정은 보석 같은 사리를 앙금지게 하는 한 길이었다’라고 표현했다.


**주)

소설가 한승원 선생의 ‘조선 천재 3부작’ 「추사」,「초의」,「다산」 덕분에 강진 해남 순롓길이 뜻깊고 풍성했다는 점 밝혀둔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