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의 종류와 차이
하루하루 날들이 지날수록 머릿속은
“나 삼등항해사 못 할 거 같은데..?"란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학교에서 책으로 배우는 이론과 현장은 괴리감이 컸고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참 막막했다.
나는 매일 같이 혼나고 또 혼나며 일을 배웠다.
사람들은 항해사가 항해만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항해만 한다면 고마울 지경이다.
특히나 내가 선택한 케미컬 탱커 선종은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해서 해기사의 기피 선종이었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케미컬 탱커를 타면 죽는다.”라는 소문도 있었다.
(*실제로 당시에 선원 사망 사건은 대부분 탱커선에서 일어났다.)
상선은 크게 컨테이너선, 벌크선, 탱커선, 카캐리선, 잡화선 등이 있다.
탱커선은 그 안에서도 유조선과 액화가스를 실는 LNG, LPG선박으로 나뉘며 여러 위험한 액체 화물을 실는 케미컬 탱커도 있다.
아래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선종별 업무 강도이다.
LNG, LPG = 케미컬 탱커 > 탱커선 > >> 컨테이너선, 카캐리선 > 벌크선
업무 강도의 차이가 일반적으로 급여의 차이와 비례한다.
탱커선이 타 선종에 비해 업무 강도가 심한 이유는 화물의 특수성에 있다.
액화가스를 비롯해 액체화물은 위험하기에
타선종 보다 많은 검사(nspection)를 받아야 한다.
Major Inspection, OCIMF Inspection, USCG Inspection, AMSA Inspection, FLAG Inspection 등등 탱커선 해기사는 늘 검사 준비의 연속이다.
검사가 많다는 얘기는 서류 작업도 많다는 얘기와 같다. 서류 그리고 또 서류....
체크리스트를 비롯해 너무 많은 서류가 있다.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의 항해사들에게 항해와 화물의 업무 비중이 7:3이라면, 탱커선은 10:10의 비율이다.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업계에선
“케미컬 탱커를 탄 사람은 다른 선종으로 가게 되면 지루해서 관둔다."란 말도 있다.
사실, 나에겐 컨테이너선과 벌크선등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케미컬 탱커를 선택한 이유는
기회는 늘 남들이 기피하는 곳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기사 구인구직 사이트만 보더라도
거의 70% 이상은 탱커선 경력자를 뽑는 공고다.
탱커선에서 컨테이너나 벌크선으로 이직할 순 있지만, 반대로는 안된다.
경력을 안쳐주기 때문이다.
이 경력은 어디서든 더 인정받는다.
또한, 탱커선이 선종 중 가장 높은 급여를 받는다.
심하게는 타 선종의 한 직급 정도 급여 차이가 난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버텨내고 살아남는 것이었다.
구직이 활발하단 말은 곧 사직이 활발하다는 말이다.
나는 어떻게든 배워서 삼등항해사가 되어야 했고 최선을 다해야 했다.
지금까지 온 게 아까워서라도 나는 꺾이더라도 계속하는 마음을 가져야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스스로를 삼등항해사라 생각하고 실습에 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