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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_치유

by 자주적인 결정 중 Feb 25. 2025



방학이 되어서도 나는 매일 같이 악몽에 시달렸어. 그 사람들이 떼지어 우리 집에 쳐들어오는 꿈을 꾸질 않나, 돌아가며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는 꿈을 꾸질 않나. 자다가 오한이 들어 깨어난 후 그 길로 잠을 설치기 일쑤였지.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거야. 그렇게 이 책이 나왔네.


그 여자와 주황색 머리 강사님은 올해에는 다행히도 함께 근무하지 않게 되었어. 하지만 국어 교사와 그 친구, 또 어쩌면 또 다른 친구가 여전히 실존하는 학교에 매일 같이 출근해야 하지.


어제도 실은, 채 아물지 않은 상처를 긁히는 일이 계속 있었어. 하필 교사 연수에서 같은 모둠에 배정이 된다거나, 회의 장소로 들어오시는 선생님께 반갑게 인사를 하려고 함박웃음을 짓고 보니 그 국어 교사였다거나, 식당에서 내가 동료 선생님 옆에서 식사하는 중인 나의 시선이 머무는 장소에 떡하니 서서 팔을 휘저어 가며 뭐라 뭐라 통화를 아주 오랫동안 아주 큰 소리로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지. 자신을 계속 보게 되기를, 그래서 내가 밥 먹다 체하게 되기를 바라는 모습으로 내게는 보이더라.


게다가 이제는 누군가를 바라볼 때, 좋은 동료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 보다는 어쩌면 또 다른 적수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게 된 것 같기도 해. 국어 교사에게 친절한 동료의 모습을 보이는 다른 동료들의 모습에 거리감이 들면서 혼자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심하주 그 여자와 복도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던 선생님을 마주칠 때에도 나는 미소 지으며 인사하기가 어려웠어.


어떤 선생님께서 그러시더라. 공동체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그 사람이 존재하는 곳이래. 그리고 내가 정말 싫어하는 그 사람이 떠나면, 더 심한 또 다른 사람이 오게 되는 곳이래. 정말 그런가 봐. 정말 그렇겠지.


하지만 이제는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웃고 있을지 모를 누군가를 의식하며 애써 행복한 척, 괜찮은 척 가면을 쓰고 있지는 않으려고 해. 나의 동료들에게도, 너무 멋지고 너무 훌륭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도 조금 내려놓을래.


이제는 너처럼, 나를 기다려주고 나를 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으며 고요하고 묵묵하게 살아갈래. 다음에 만날 땐 자몽 슬라이스를 넣은 따뜻한 히비스커스차 한 잔 함께 하자. 화덕에 구워낸 오믈렛이 일품이라는 맛집도 함께 찾아갈까?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넌 영원한 나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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