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가 수학 가르치기
서기 1983년 3월 12일 (금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마당
일어난 시각 : 오전 7시 5분
오늘은 학교를 끝마치고 집에 왔다.
그리고 우선 손을 씻고 밥을 먹었다.
그리고 숙제를 하였다.
그중에서 나 혼자서 산수 문제를 했다.
아빠께 보이니까 다 맞았다고 하시면서 칭찬을 해주었다.
나는 앞으로 더 칭찬을 많이 받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10분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열 살 여자아이가 빗자루를 들고 아침 일찍 마당을 쓰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 시절의 우리 집에 마당이라고 해봐야 부엌으로 들어가는 좁은 공간이었을 것 같은데, 마당이라고 표현한 것이 귀엽다. 나는 칭찬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4학 때부터 도시락을 싸갔으니 집에 와서 밥을 먹었을 테고, 밥 먹기 전에는 손을 씻어야 한다는 걸 아는 모범생이었구나 싶다.
이때는 수학을 산수라고 불렀다.
중학교 때부터 수포자가 되었는데
초등학교 때는 잘했던 수학에 왜 흥미를 잃게 됐을까.
그러던 내가 신기하게도 초등학교에서 학습부진아를 위한 인턴교사로 일하며 수학을 지도했었다. 수포자였기에 그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았고 지도할 때 무엇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알게 되어 일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학습부진아들을 지도할 때는 내려놓는 마음이 필요하다. 오늘 이해한듯해도 내일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지프스 신화처럼.
그럼에도 늘 격려와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어야 하며, 차별적 언어나 답답해하는 표정을 짓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존심이 상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나머지 공부하는 걸 예민하게 여기는 나이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던 아이들이 지금 25살 전후 정도 되었을 것이고, 내가 다니는 센터에 있는 사회복무요원을 보면 그 시절 내가 지도했었던 아이들이 자랐으면 이 정도겠구나 싶어진다.
일기를 읽으며 여러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수학은 문제해결력과 치매예방을 위해서라도 조금씩 풀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