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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쥐어뜯는 초등 5학년 공부생활.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천천히.

by 랑애 Mar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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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수학문제를 풀다보면 가끔 어른도 돌아버리게 만드는 문제들이 나온다. 그럴때 아이가 머리카락을 움켜쥔 것이 시작이었다.


너 이러다 대머리된다.


그건 아니다 싶었는지 다음엔 손톱을 물어뜯는다. 무슨 불안증세가 있는 아이처럼 손톱을 물어뜯길래 손을 탁 쳤다. 그리고나서 버릇들이 없어진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 나 머리카락은 대머리될까 봐 못 뜯겠고, 손톱은 태권도 관장님이 월요일마다 손톱검사하시니까, 물어 뜯은 자국있으면 혼날 것 같아서 안 되고. 근데 스트레스 받을 땐 뭐라도 해야하니까 발가락 운동을 해.


어떻게?


이렇게. 학교에선 양말 속이라 잘 안 보여.



아이는 나에게 엄지발가락과 두번째 발가락을 지그재그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그것도 버릇되면 곤란해. 가능한 한 안하는 방향으로 해 봐. 근데. 요새 공부가 그렇게까지 스트레스야? 나중에 고등학생 되면 그땐 스트레스 말도 못 할 텐데.


몰라. 학교가는것 자체가 스트레스야. 공부할 건 뭐가 이리 많아?


아이는 5학년인 지금도 학원이라곤 피아노치고 태권도만 는데. 공부 학원은 싫다고해서 엄마표로 나를 갈아 넣고 있는데. 정작 스트레스는 본인이 받는다니. 새학기 되고는 적응하라고 요샌 푸쉬하지도 않는데. 살짝 어리둥절 하긴 했다. 그래도 뭐. 본인이 공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데 할 말이 있나.


엄마, 내가 생각해봤는데 공부 방식을 좀 바꾸면 어떨까? 하루에 과목을 딱 두 가지만 정해서 집중적으로 하는 거야. 어때? 그리고 엄마는 이제 채점만 해 줘.


뭐, 네 공부니 네가 결정하는 거지. 좋아, 뭐든 해 봐. 어떤게 너에게 맞는 방식인지는 해봐야 아는 거니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보자.


아이는 씨익 웃었다.


엄마, 나 진짜 공부 잘해서 성공하고 싶어. 근데 대체 공부는 누가 만들었을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도 공부욕심을 부리는 아이를 보니 씁쓸했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고작 십년 산 아이들이 이런 스트레스가 시작되는 게 맞는 걸까.


비학군지지만 아이는 학교에서 공부잘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제는 친구들의 시선도 의식할 테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더 강해진 것 같았다. 나는 네가 예민해서 그게 걱정인데. 너는 거기에 승부욕까지 있구나. 그렇게 스트레스받아가며 하는 공부라니. 그렇다고 다 필요없으니 공부를 집어 치우라고 할 수도 없고.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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