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학군지 우리동네. 큰아이가 다니는 우리학교. 앞으로 작은 아이도 다니게 될 학교.
우리학교는 아파트 몇몇 단지에서만 학군이 추려지다보니 해가 갈수록 입학생의 숫자가 줄고 있다. 코로나 베이비세대 이후론 더하겠지. 물론 이건 신도시를 제외하고는 소수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쨌든 올해 신입생이 30명 남짓.
입학생 오리엔테이션이 있기 전날까지도 이 작은 동네가 들썩일 정도로 온갖 소문이 무성했다. 반이 하나밖에 없다더라, 두 개는 나온다더라 등등.
결론은 30명 남짓을 겨우 쪼개어 두 반으로 만들어주셨고, 올해 1학년은 즐겁게 학교를 다니고 있단다. 동네가 작다보니 아는 얼굴이 많아 적응문제에도 어려움이 없다. 늘봄학교 신청도 쓰는 대로 다 되고, 방과후도 하고 싶은 대로 다 할수 있다며 1학년 학부모들은 꽤 만족스럽게 학교에 보내고 있다고.
얼마전 집을 매매하려고 부동산에 갔다. 학군이 갈리는 옆단지 아파트의 가격을 물어보고, 전학 생각은 없으나 우리 아이가 ㅇㅇ초에 다닌다고 말하니 부동산 사장님 왈,
그 학교 없어진다면서요? 애들이 없어서 폐교한다던데?
누가 그래요? 누가 그런 황당한 소릴.
이런 식의 카더라 소식을 묻는 질문을 요새 부쩍 많이 받는다. 지역 맘카페에 들어가봐도 그렇다. 우리 동네로 이사계획이 있는데 분위기가 어떠냐고 묻는 질문엔 늘,
그 아파트로 이사가시려구요? 근데 거기 학군 ㅇㅇ초는 신입생이 줄어서 폐교한대요. 기왕이면 다른 곳에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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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기분이 좋진 않다.
내가 알기론 학교가 없어지려면 기존 재학생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신입생이 0명이면 혹시 얘기가 다르겠지만, 단지 신입생이 줄고있으니 학교가 없어진다는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거리 건너에도 소규모 학교가 있는데, 거긴 십여년 전에도 학급수가 늘 적었다고 한다. 그런데 거긴 오히려 소규모라는게 장점이라며 다들 찬양한다고. 차이라고는 거기는 학군지요 우리는 비학군지라는 것 뿐. 똑같은 국공립학교인데 이래도 되는 걸까.
멀쩡히 잘 다니고 있는 남의 학교 자꾸 없어진다는 소문에 우리학교 학부모, 학생들은 얼마나 불쾌해하는지 모른다. 물론 저출산 때문이니 씁쓸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나. 학교가 상생하는 방법을 머리 맞대고 같이 연구해야지.
누가 뭐래도 우리 아이들이 매일 꿈꾸며 생활하는 학교. 아이들의 자아실현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의 교육터. 그리고 여기저기 학교 일을 도와주시는 누군가의 소중한 일터. 함부로 가볍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 우리학교가 없어지면 너무 슬플 거야. 난 내 친구들과 선생님이 계신 우리 학교가 정말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