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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termelon Aug 26. 2024

맞지 않는 손발

어쩌다 팀 2인자가 된 차장의 대처 능력

회식한 다음날

팀장님이 아침 일찍,

"저 오후 출근할게요;;" 카톡을 보냈다.


그런데 뭔가 사무실이 분주하다.

 팀장님께서 주섬주섬 파일을 챙기더니 일어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쪼르르 가서 물어보니.

오늘이란다. 대표님 회의.


아.

바로 주간업무를 인쇄하고

대표님 회의 대신 올라가겠다는 카톡을 팀장님께 남기고, "술병?" 하며 피식 웃으시는 옆팀 팀장님과 게임 플랜을 짰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많이 아파 일치감치 나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대신 올라가 달라고 한 걸로.


잘 모르는 옆셀 업무도 기억을 더듬어가며 보고했다. 대표님도 대신 올라온 어린 차장의 눈치를 보듯 평소보다 친절했다.


눈치 없이 보고 중간에 울리는 내 폰을 주머니 속으로 더 깊숙이 넣었다.


보고가 끝나고 나와 부재중 통화를 남긴 팀장님께 전화하자, 아차 이미 집안에 일이 생겨 급히 반차를 썼다고 본부장님께 보고했다더라.


완전범죄 었는데

미쳐 옆팀 팀장님과 맞춘 말까지 카톡 남길 생각을 못 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진짜 2시 출근하시죠" 답했다.


그래서 느지막이 2시에 출근한 팀장님,

머쓱해하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진짜 까먹었단다.


그래도 다행이다.

적어도 대표님껜 완전범죄로 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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