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2] Autumn 2 week 3
이번 주 역시 바쁘게 지나갔다. 늘 하던 대로 하는 거라 이제 익숙하니 괜찮지만 이번 주는 옆 반에 있는 SEND 아이가 폭력적으로 교사와 직원들을 때려서 문제가 있었다.
영국 학교에서는 아이를 만지지 말라고 한다. touch 자체를 하지 않도록 하는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처럼 2학년까지 밖에 없는 infants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선생님한테 달려와서 안기기도 하고 좋다고 만지기도 해서 오지 말라고 밀어내면 또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이다. 이렇게 자잘한 터치는 별 문제가 없지만 옆반 아이처럼 소리를 지르고 물건들을 내던지는 경우 교사가 다른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그 아이를 교실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하면 아이를 물리적으로 접촉해서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해서는 안된다. 학교에는 SLT라고 리더십에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외에도 restraint training을 받은 직원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만 아이들을 물리적으로 잡고 제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괴성을 지르고 물건들을 박살 낸다면 (나중에 교실에 가서 보니 교실 반이 다 망가져있었다. 그 반 선생님은 진이 다 빠진 상태여서 내가 대신 서류 작업을 위해 사진들을 찍어 증거로 남겨줬다) 교사는 급하기 때문에 아이를 교실 밖으로 끌어내려고 하다 아이가 더 소리를 지르고 복도에서도 벽에 붙어있던 디스플레이들 이것, 저것 다 떨어뜨리고 망가뜨렸다.
빨리 리더십에서 와서 도와줬다면 조금 더 나을 수도 있었겠지만 늘 그렇듯 학교는 적은 인원으로 여러 상황을 대하다 보니 원하는 만큼 빨리 오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주는 널서리 아이부터 1학년 아이, 그리고 옆반 2학년 아이까지 다들 폭력적인 상황이 많이 발생했는데 점심시간에 돌봐주는 런치타임 슈퍼바이저도 뺨을 맞았고 방과 후 클럽하는 다른 직원 하나도 주먹으로 입을 맞아 다쳤다. 어린아이들이 이렇게까지 폭력적이 된다는 사실이 참 참담하고 어린아이들에게 맞았는데도 학교에서는 어떤 제재를 하지도 않고 그냥 아이에게 말로만 설명을 하고 잠잠해지면 다시 교실로 돌려보내기 때문에 그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이 될지 잘 모르겠다. 옆반 아이는 이번 주 내내 폭력적이어서 같은 반에 있던 아이가 발로 입을 차서 다치는 일도 있었는데 이런 일이 있어도 아이를 근신처분을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에서는 근신, 정학, 퇴학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을 정말 '사랑'으로 가르쳐야 하는 극한 직업이 될 수도 있다.
*참고로 교실에서 아이가 폭력적이 된다면 아이를 끌어내려고 하지 말고 나머지 아이들을 교실 밖으로 안전하게 데리고 가서 옆 반에 맡기고 다시 교실로 들어와서 폭력적인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말로 아이가 calm down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우리 학교는 오후엔 TA가 없어서 교실에 어른이 교사 한 명뿐이라 이렇게 해야 한다).
영국은, 특히 런던은 점점 SEND 아이들 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emotional regulation을 잘 못하는 아이들 수도 많아서 교사들이 스트레스로 그만두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우리 반에도 자폐 스펙트럼 진단받은 아이가 5명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이 감정 조절을 잘 못해서 소리를 지르고 폭력적이 된다. 1학년 때 분노 조절을 못해서 머리를 벽에 박기도하고 멀쩡한 이를 피나도록 뽑는 자해하는 아이라는 소리를 들어서 엄청 겁을 먹었는데 지내면서 보니 따뜻한 아이라 정말 감사하게 서로 잘 지내고 있다. 물론 화나면 여전히 소리 지르고 발로 차거나 손으로 뭔가를 치면서 욕을 하는데 (이 아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화나는 상황에 1의 반응을 한다면 1이 아닌 10으로 반응을 한다) 그게 이 아이의 분노 조절 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마다 감정 조절 방식이 다른데 이 아이는 이 방법으로 조절하는 거라 계속해서 다른 것들을 시도하게 하고 있는데 잘 안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속 연습하다 보면 어른이 되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 꾸준히 해야 하는 것 같다.
우리 반 아이들이 착하고 순해서 이 아이가 소리 지르고 욕해도 움찔하기는 해도 어른들보다 더 잘 받아주고 도와주려고 하는 것 같아 이 또한 이 아이의 복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아이가 좀 잠잠해지면 네가 소리 지르고 욕한 건 잘못한 거라고 말을 해주면 또 잘 알아듣고 반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니까 매일 반복이지만 그래도 계속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오후 수업 중에 심호흡을 자주 시키는데 아이들이 눈감고 조용히 들숨, 날숨 연습을 하고 나면 좀 더 차분해지는 것 같다.
2학년은 그래도 SEND 아이들이 한 반에 열명을 넘지 않는데 밑 학년들은 열명은 가뿐히 넘는다고 한다.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다들 저학년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 이유는 정말 고된 노동이기 때문이다. 2학년은 그나마 낫지만 널서리, 리셉션 선생님들은 정말 사명감으로 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고마워해야 하는 것 같다.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앉는 연습, 글 쓰는 연습 외에도 화장실 가기, 손 씻기 등 기본부터 가르치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은 못할 것 같다.
이번 주는 수요일에 페이가 와서 내 수업 참관을 했고 ECT 피드백을 해줬다. 원래 라이팅 수업 시간이었지만 쉽게 가려고 수학 수업을 했고 칭찬 많이 받았다. 목요일은 페이와 같이 ECT progress review를 했는데 ECT는 이렇게 하프텀마다 수업 참관을 받고 텀마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 progress review를 한다. 한 고개를 넘어 또 다행이고 감사하다.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공연 연습을 시작했고 우리 반 아이들이 열심히 하고 있어서 보기 좋다. 작년은 처음이어서 나도 뭐가 뭔지 모르고 해서 좀 헤맸는데 그래도 일 년 했다고 올해는 훨씬 수월하게 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다음 주는 assessment week이라 아이들 SATs 시험지로 reading, maths, SPaG 테스트를 할 거라 아이들이 힘들어할 것 같아 벌써부터 안쓰럽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학교에서 하라면 해야 하는 거니 교사는 그저 아이들에게 네가 아는 것만 겁먹지 말고 답하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 교사의 장점 중 하나는 하루도 똑같은 하루가 없고 늘 버라이어티 한 일들이 있다는 건데 그래서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