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2] Autumn 2 Week 2
이번주는 학부모 면담이 화, 수요일 저녁에 있어서 늦게까지 있었고 금요일에는 또 외부에서 우리 컴퓨터 어떻게 교육에 접목해서 쓰고 있는지 보러 와서 또 정신없이 보낸 것 같다.
부모님 면담은 늘 기대되면서도 힘들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우리 반은 특수교육 대상 (SEND)인 아이가 총 여섯 명인데 그중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가 4명, 거기에 ADHD까지 더해 받은 아이도 하나 있고 아예 진단이 안 되는 non-verbal 한 아이도 있다. 그리고 언어 발달 지연을 받은 아이도 3명이다. 보통 학부모 면담은 10분으로 해서 빨리 진행하지만 좀 더 얘기가 필요한 SEND 아이들 부모님과는 20분을 잡고 이야기를 한다. 보통 이때 아이가 어떻게 적응하고 있고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이야기를 하고 학교에서 이 아이들을 위해 provision 한 계획들을 같이 이야기하면서 다음 학기에도 계속 이렇게 진행할지 아니면 첨가하거나 수정할 내용들을 같이 만든다. 대체로 2학년 정도 되면 부모님들이 자기 아이에 대한 상태를 많이 인지한 상태이기 때문에 힘든 내용은 없지만 학교에서 더 많은 도움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걱정, 불만 등을 이야기한다. 부모와 학교의 입장 모두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나라도 내 아이가 잘 적응하고 학교에서 책임져주길 바랄 거 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는 늘 말하듯 자원이 없다. 우리 학교는 특히 오후에는 보조교사들이 거의 다 퇴근하기 때문에 오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오피스에 전화하거나 문자를 해서 도움을 청해야 한다.
우리 반 아이 중 엄마 하나가 왜 우리 아이가 언어 치료를 받지 않고 있고 글도 잘 못쓰는데 핸드라이팅 intervention을 받지 않고 있냐고 물었다. 이건 참 안타까운 일인데 아무리 아이가 speech and language delay, ASD 등의 진단을 받아도 진단한 기관에서 어떤 걸 도와주라고 플랜 해주지 않으면 학교에서는 그걸 도와줄 의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EHCP를 받으려고 하는 건데 EHCP를 받을 만큼 심각하지 않은 경우 지자체에서 발급을 해주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은 그냥 증상은 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부모님이 속상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교사인 나는 늘 리더십이나 학년 부장에게 우리 반 아이들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항상 물어보지만 대답은 늘 도와줄 수 있으면 하라는 이야기뿐이다. 나는 수업을 해야 하니 마음만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부모님들이 좀 더 강하게 학교 담당자 SENCo에게 연락을 하거나 교장에게 연락을 해서 미팅을 잡거나 하면 학교에서는 그런 부모님들에게 (시달리기 싫어서겠지만...) 좀 더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 반 자폐가 있고 지적 장애가 있는 non-verbal 한 아이는 다른 곳에서 하루 종일 보내기 때문에 이 아이 엄마는 내 PPA 시간에 따로 만나 약 50분 정도 이야기를 했다. 별 얘기는 아니었지만 엄마는 이 아이를 돌보느라 지쳐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날도 아이가 아침에 자기를 물었다고 팔뚝에 잇자국이 난 걸 보여줬다. 손과 팔이 멍과 상처로 가득한 걸 보면서 20분 안에 끝낼 수 없었다...)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식으로 지내는지, 어떤 걸 가르치고 있는지 아이의 1:1 보조교사와 함께 이야기를 했다.
매직으로 모든 아이들을 다 괜찮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이럴 때마다 내 한계를 느끼고 과연 내가 제대로 하고 있나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 우리 학교 널서리, 리셉션 다니는 아이들은 한 반에 10명 이상이 SEND를 갖고 있다고 하니 매해 이런 아이들이 증가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그래도 교육의 힘을 믿으며 교사는 열심히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외에도 부모님 중 아이가 공부를 부모님 기대만큼 하지 못할 때, 혹시 우리 애가 난독증 (dyslexia)이 있는 게 아닌지 ADHD가 아닌지 궁금해서 자기 아이 이런 증상에 대해 학교에서 검사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학교는 검사 단체가 아니라 해주지 못하지만 관련 단체로 리퍼를 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묻는 부모님도 가끔 있다. 영국은 한국과 달리 검사에 보수적이라 증상이 눈에 띄게 심하지 않은 한은 7, 8살 정도 돼야 가능하다.
학부모 모임이 끝나면 부모님 중 특별히 요청한 내용들을 정리해서 교장과 SENCo, 학년 부장에게 이메일로 보내서 알려주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follow up 해야 한다.
이번 주 geography 시간이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는데 지도를 보면서 지도에 있는 주요 특징들을 찾는 연습을 했다. 지도책, 지구의, Google Earth 등을 보면서 했는데 아이들이 엄청 좋아했고 google earth는 특히 더 좋아했다. 인터넷으로 자기 집도 볼 수 있고 원하는 곳을 찾을 수 있는데 아이들이 처음 접한 거라 정말 신기해했다. 2주 후에는 지난번 local walk 한 걸 바탕으로 스케치 지도를 그릴 거라 이때도 좋아할 것 같다.
리지가 돌아왔는데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고 마음 상태도 정상이 아닌 듯하다. 리지 반 TA가 리지 없는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리지는 자기가 했던 방식이 아니라고 화가 나서 TA인 헬렌에게 뭐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몸이 안 좋아서 집에도 일찍 가서 아침에 10시 반쯤 와서 1시 반쯤 가니 리지 커버할 사람 찾는 것도 일이고 우리 크리스마스 발표회 연습도 해야 하는데 리지 반은 연극할 아이들 이름도 정해 놓지 않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걱정이 돼서 피비가 교장에게 말했던 것 같은데 교장인 선생님은 리지와 친구이기 때문에 그냥 놔두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끼리 리지가 와도 일은 줄어들지 않고 더 복잡해졌다고 힘들어하고 있다.
아픈 사람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학년 부장이지만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우리끼리 머리 싸매고 있어서 여러 가지로 힘들다. 특히 소피는 이번이 처음이라 리지가 많이 도와줬는데 (그래서 서로 찰떡처럼 붙어 다녔다. 처음에 리지가 아프면서 소피가 리지 반 일과 리지가 하던 여러 일들을 다 맡아서 했는데 병가가 길어지면서 이것도 계속하게 돼서 소피가 거의 죽을상이다) 지금은 소피가 일을 너무 많이 맡아 거의 과로사 직전이다. 나도 옆에서 도와주기는 하지만 책임은 소피에게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은 되지 않고 있다.
크게 아팠다 돌아왔기 때문인지 예전에는 뭐든 다 자기 손을 거쳐서 다시 확인하고 고치고 했다면 이제는 완전 다른 사람이 돼서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다. 라이팅 수업에 트윙클 사이트 자료 그대로 복사해서 쓰고 있으니 정말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변하나 싶다. 수업 준비가 마음에 안 들지만 부장이니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우리끼리 이건 아니지 않냐 하면서 뒤에서 수군거리고만 있다. 하... 갑갑하다.
다음 주는 내 수업 참관이 있고 그 후에 이번 학기 내 ECT 프로그레스를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다. 오늘은 progress review를 위해 자료들 정리해야 하는데 이것만 하면 또 마음 편하게 한 텀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