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 +2] Autumn 2 Week 7
드디어 기다리던 방학이다.
마지막 주라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고 화요일, 수요일 오전에 크리스마스 쇼를 학교 근처 교회에서 했는데 행사가 끝나고 나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왜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 모를 만큼 공부도 안 하고 그냥 만들기, 색칠하기, 영화 보기로 시간을 보냈다. 중간중간 assessment라고 해서 Seesaw에 과목별로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보는 시험을 보기는 했지만 아이들도 나도 그렇게 부담을 갖고 하지는 않았다. assessment 시험 문제 만드느라 지난 주말에 좀 바쁘긴 했지만 늘 그렇듯 만들 때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문제 풀기는 얼마 안 걸려서 오후 한 시간 잡고 DT, History, Art, RE, Science, Geography, Computing, Maths 과목 시험을 봤다. 이렇게 시험 보는 이유는 문제별로 아이들이 얼마나 맞았는지 보고 많이 틀린 문제가 있다면 뭔지, 왜 아이들이 잘 모르는지 보고 확인한 후 나중에 다시 복습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크리스마스 쇼는 첫날은 아이들이 긴장해서 그런지 약간 틀린 것도 있었지만 너무 예쁘게 잘했고 둘째 날도 잘했다. 날씨 때문에 아픈 아이들이 있어서 역할 맡은 아이들이 결석한 경우도 있어서 다른 아이들이 땜빵으로 들어가기도 했지만 다들 예쁘게 잘해서 부모님들이 잘했다고 너무 좋아하셨다.
학교에서 교회까지 가는 길이 멀지는 않지만 안전 문제로 인해 부모님들께 자원봉사를 요청했는데 우리 반은 다행히 필요한 수의 부모님들이 자원해 줘서 문제없었지만 다른 반들은 자원한 부모님들이 모자라서 학교 직원들이 같이 가기도 했다.
수요일은 오후에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고 춤도 추고 장기 자랑도 했는데 지난주부터 장기 자랑할 때 보여줄 것들 있으면 준비하라고 얘기했는데 아이들 거의 다 춤추기나 gymnastics를 보여줬다. 작년 아이들은 시도 써오고 저글링, 마술, 노래, 조크 등 다양하게 준비해 왔는데 아이들이 장기가 없나 싶어 좀 놀라웠다. 원래 파티할 때 교사들이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도 주는데 올해는 2학년 부장인 리지가 선물을 잘 못 시켜서 개수가 모자랐다. 리지가 부랴부랴 다시 시켜서 결국 목요일에 선물을 나눠주게 됐는데 그래도 아이들은 선물 받아서 다 기쁜 것 같았다. 보통 학년별로 선물을 사고 교사와 TA가 돈을 나눠서 선물을 주는데 올해는 리지가 TA에게 돈 받지 말자고 해서 교사끼리 돈을 냈다. 물론 우리 반 TA인 사미나가 자기는 조금이라도 내고 싶다며 5파운드 줬다.
리지가 산 선물은 연필, 조그마한 노트패드 그리고 손목에 차는 슬랩팔찌였는데 거기에 내가 따로 초콜릿 동전이랑 사탕 등의 달달구리를 사서 넣었고 책도 30권짜리 사서 한 권씩 아이들에게 줬다. 보통은 학년 선물만 받기 때문에 별게 없지만 내가 이것저것 따로 사서 넣어서 엄마들이 다음날 선물 너무 고맙다고 해줘서 괜히 쑥스러웠다.
크리스마스 방학이 되기 전에 보통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교사들 선물을 사주거나 상품권을 선물로 준다. 반마다 성향이 다른데 어떤 부모님들은 돈을 모으는 걸 싫어하고 각자 선물을 주는 걸 선호하는 반도 있다. 우리 반은 많이 돈을 모아서 상품권을 줬는데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이 받아서 깜짝 놀랐다. 작년에는 100파운드 정도 상품권을 받았는데 올해는 거의 두 배가 되는 상품권을 받았다. 거기에 개별적으로 받은 선물들도 꽤 됐는데 어떤 반은 상품권보다는 초콜릿, 와인, 꽃 등등의 선물을 많이 받은 반도 있다. 난 상품권이 더 좋다. 받은 상품권으로 내 아이패드에 쓸 액세서리들을 샀다. 감사... 작년엔 꽃을 엄청 받았는데 난 꽃을 싫어해서 집에 가기 전에 우리 반 TA에게도 가져가라고 주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꽃을 나눠줬었다.
학기 마지막 날은 일찍 끝나는데 다른 학교들은 12시나 1시에 끝나지만 우리 학교는 2시에 끝났다. 2시까지 아이들과 교실 정리하고 인사하고 나도 교실에 있는 물품들 정리하고 의자에 덮어 만든 포켓들도 다 세탁을 했다. 널서리에 세탁기가 있어서 세탁하고 건조기까지 돌리고 나니 3시 30분. 작년 2학년 부장이던 로라가 나 보러 오겠다고 해서 (로라는 트러스트 내 다른 학교로 옮겼다) 오랜만에 만났다. 다들 집에 가고 학교에 교장인 쌤, 2학년 부장 리지, 리셉션 부장인 세라와 나 밖에 없었다. 로라랑 얘기하다 나는 세탁물 가지러 내려가고 로라는 리지랑 아이들끼리 베스트프렌드라 또 같이 얘기하고 있길래 우리 반 정리하다 보니 거의 5시가 됐다. 리지가 스태프룸에서 남은 교사끼리 술 마신다고 오라고 해서 마무리하고 가서 리지가 받은 술 같이 마시고 얘기하다 보니 6시 넘어서 같이 퇴근했다.
로라는 지금 5학년 담임인데 아들 건강 문제로 목, 금요일만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계속 KS1 만 가르치다 KS2를 가르치니 다른 건 다 하겠는데 수학은 너무 어렵고 자꾸 틀려서 아이들이 틀렸다고 한다고 스트레스받아했다. 난 로라가 참 좋은데 이유는 작년에 내가 처음 담임 맡고 옆에서 잘 챙겨줬기 때문이다. 리지는 지금 소피를 전담해서 케어하고 있어서 나한테 별 관심을 안 가져줘서 그리 친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리지가 아프고 나서 성격이 변해서인지 조금은 더 가까워진 느낌이긴 하다.
로라가 자기 20년 넘게 교사 생활하면서 이번에 선물을 제일 못 받았다고 했다. 꽃도 없고 상품권도 못 받았다고 말하는데 괜히 미안해졌다. 로라가 온다고 해서 크리스마스 카드랑 코스타 커피 상품권 사서 준비해서 줬는데 로라가 너무 고마워하면서 이 말을 해서 괜히 안쓰러웠다. 선물이 뭐라고... 내가 얼마나 잘하냐 못하냐의 문제이기보다는 어떤 부모님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선물이 달라지는 건데 괜히 아무것도 못 받으면 안 좋은 교사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기 때문에 로라가 무척 슬퍼하는 것 같아 네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고 선생인지 안다고 격려해 줬다. 가끔은 이런저런 이유로 교사에게 선물하는 게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없어도 사는데... 받으면 괜히 다른 반과 비교하게 되고 서로 은근히 자기가 더 많이 받았다는 둥, 더 좋은 걸 받았다는 둥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신경전? 이 귀찮아서 나는 그냥 편히 살고 싶다.
이제 2주간 방학이라 다음 텀에 있을 수업들 중 내가 해야 하는 wider curriculum 레슨플랜들 짜고 내년 플래너 다운로드하고 구글 캘린더에 내년 계획들 정리 좀 하고 해야 할 것 같다. 참, 구글 level 1 코스 지난 텀에 같이 들었는데 그것도 시험 봐야 한다. 몇 주전엔 Seesaw ambassador 코스도 들어서 이제 시소 앰배서더가 됐다. 이렇게 자질구레한 것들을 하고 나면 방학이 훅 지나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방학이라 너무 좋다!!! 모두 Merry Christmas!
우리 반 교실문을 크리스마스 카드들로 장식했는데 교장인 선생님이 복도 다니면서 애들이 너무 흥분한다고 하지 말라고 해서 금방 다 떼야했다. 애들은 좋아하지만 면학분위기를 해친다고 하니 뭐 어쩌겠나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