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2] Autumn 2 Week 6
이번주 역시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로 오후에 하는 수업들은 거의 날림으로 하고 홀에 가서 연습을 했다. 아이들이 점점 나아지고 있어 얼마나 기특하고 예쁜지 모르겠다. 우리 반 특수 아동 중 하나는 이렇게 오래 연습하는 걸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그 아이가 잘 버틸 수 있도록 장난감도 주고 색칠할 수 있도록 종이랑 색연필도 줬다. 공연하는 날에는 장난감 가지고 놀 수 없기 때문에 옆 반 TA가 가지고 있는 손에 쥐고 주무를 수 있는 공 같은 걸 빌리기로 했다.
목요일에는 크리스마스 디너라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아이들 밥 먹는 것도 보고 아이들도 선생님이랑 같이 먹는 기회가 없어서인지 내가 같이 있으니 엄청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금요일 오전에는 우리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는 학교 옆 교회에 가서 연습했는데 1, 2학년 아이들이 같이 하는 거라 아이들 어디에 앉히는지, 액터들은 어디에 앉고 합창단은 어디에 앉고 내레이터들은 어디에 앉는지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하다 보니 9시에 시작해서 11시 30분에 끝났다. 칭얼대는 아이들도 없고 잘 따라줘서 엄청 기특해서 학교 끝나면서 스티커 하나씩 줬는데 스티커가 뭐라고 애들이 정말 좋아했다.
우리 반 아이 중에는 힌두인 아이들, 무슬림인 아이들도 있는데 이 중 독실한 집 아이들은 부모님이 교회에 보내지 않겠다고 해서 리셉션 한 반에 보내서 같이 있게 했다. 1, 2학년 아이들 다 같이 하는 행사라 리셉션이나 널서리 보내야 하는데 2학년 아이가 리셉션에서 오전 내내 있었을 걸 생각하니 정말 안쓰러웠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어 그냥 잘 있었냐 물어봐주고 수업을 했다.
금요일 오후에는 Rudolph Run이라고 해서 사슴 루돌프 머리띠를 하고 운동장 몇 바퀴를 뛰었다. 이건 크리스마스 즈음에 하는 행사인데 아이들이 1파운드나 2파운드의 돈을 기부하고 크리스마스 점퍼 가지고 와서 입고 머리띠 하고 뛰는 거다. 이렇게 해서 모아진 돈은 많이 아픈 아이들이 있는 병원에 기부를 한다. 매해 하는데 기부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머리띠 주고 같이 뛰게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닌다. 뛰다 보면 넘어지는 아이들도 꼭 한두 명씩 나오는데 그래도 뭐가 좋은지 웃는다.
다음 주는 월요일은 최종 드레스 리허설이 있고,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에 부모님들이 교회에 와서 쇼를 본다. 수요일 오후에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예정이라 수업은 거의 못한다고 봐야 한다. 파티하면서 장기자랑 할 것 있으면 준비해서 보여주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소리 지르고 너무 좋아했다.
우리 학교는 크리스마스 카드 우체통을 놔두고 카드 써서 오면 매일 점심시간에 카드들 각 반으로 보내주는데 아직 저학년들이라 거의 대부분 아이들 전체에게 카드를 써서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친한 친구들에게만 보내는 아이들도 있어 카드 나눠주다 보면 하나도 못 받는 아이들도 생기는데 이럴 경우 아이들이 참 슬퍼한다. 그래서 이렇게 카드 주고받는 걸 하지 말라고 하는 학교들도 있다. 리지에게 우리 반 애들 중에 카드 못 받아 속상해한 아이가 있었다고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물어봤더니 아마 그 애도 카드 안 썼을 거라고 너는 카드 애들한테 다 썼냐고, 안 쓰면 못 받는다고 말하라고 해서 뜨악했다. 극강의 T인 듯하다.
그래도 이번 주만 지나면 또 2주간 방학이라 너무 신난다. 교사라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방학이 자주 있다는 건데 이번 방학에는 밀린 잠도 자고 한해 잘 정리하고 새해 계획도 세우고 할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