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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회색 오리

by 박유리



조용한 회복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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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넘어서자,

부드러운 물안개 속에

작은 오리 무리가 줄지어 걷고 있었어요.


연못 옆 오솔길을 따라

또각또각, 뒤뚱뒤뚱—


노란빛, 초록빛, 연분홍빛 오리들이

물가를 따라 조용히 움직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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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한 마리,

회색빛 오리가 눈에 띄었어요.


다른 오리들보다 조금 작고

걷는 걸음도 느리고 엉뚱한 구석이 있어서

이리저리 갈대밭을 기웃거리곤 했지요.


그러면서도

가끔 유리를 올려다보는 눈빛이

이상하게 따뜻했어요.


‘조금은 다르지만… 귀여워.’


유리는 회색 오리를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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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어요.

갈대숲 사이에서 스르륵—

낯선 소리가 들렸고,

회색 오리는 깜짝 놀라 눈을 반짝였어요.


갈대숲엔 검은 뱀 한 마리가 몸을 꿈틀거리며

오리 쪽으로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어요.


회색 오리는 그 뱀을 보자 잠시 주춤했어요.

하지만 곧 날개를 파닥파닥 펼치며

부리를 내밀었어요.


“꽥! 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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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몸으로 용감하게 맞서는 소리에

멀리 있던 다른 오리들이 놀라 고개를 돌렸어요.


유리는 그 모습을 보고 숨이 멎을 것 같았어요.


‘안 돼!’


근처에 있는

작은 돌멩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유리는 두 손으로 돌멩이를 움켜쥐고,

힘껏 던졌어요!


휙! 툭!

돌멩이는 뱀 옆에 떨어졌고,

놀란 뱀은 쉭— 소리를 내며

다시 갈대숲 속으로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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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오리는 조용히 유리를 바라보았고,

유리도 헐떡이며 그 옆에 주저앉았어요.


잠시 후,

다른 오리들이 하나둘씩 돌아왔고,

회색 오리 주변으로 조용히 모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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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다 함께

연못을 따라 줄지어 걷기 시작했어요.


유리는 그 무리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회색 오리의 옆에 섰지요.


걷던 걸음을 멈춘 회색 오리가

유리를 바라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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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회색 오리의 목을 살짝 끌어안았어요.

깃털은 따뜻했고,

작은 가슴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지요.


그 순간,

회색 오리는 부드럽게 유리의 볼을 스쳤어요.

작별의 인사처럼요.


유리는 조용히 뒤돌아,

열린 빛의 문으로 걸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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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위엔

작은 물결이 살랑살랑 번지고 있었어요.

그 위에 비친 그림자 두 개,

작은 회색 오리와 유리의 모습이

조용히 나란히 떠 있었지요.


유리는 문으로 걸어가면서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어요.


물속에 들어간 오리들은

너무도 평화롭게 놀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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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오리는 작은 물풀을 쪼았고,

분홍빛 오리는 노란 오리를 따라 다가갔어요.

흰 오리는 천천히 회색 오리 곁으로 다가가

물장난을 하듯 발을 살짝 튕겼지요.

초록빛 오리는

엉덩이를 하늘로 쏙 내밀고

물속으로 쏙— 잠수 중!


유리는 조용히 웃음을 머금었어요.

그리고 다시, 따뜻한 걸음으로 돌아섰지요.


오늘도 유리의 동화 속 여행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 연출: 유리 / 그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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