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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화 Nov 02. 2024

[ 마음의 위상 ]을 맺으며


타인의 글에든지 나의 글에든지,

무언가 더하 일은 꽤 고민스럽습니다.


하지만 끝에 이 글을 쓰기로 한 이유는

음, 단출한 소회를 남기고 싶은 마음 들었습니다.


여기서는 소설의 내용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마음의 위상]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더할 텐데요.

아마 정리되지 못한 상념에 그칠 테지요.



[1] 집필을 시작하게 만든 문장

수는 순전히 우리 마음의 산물이지만
공간은 마음 외부의 현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성질을 선험적으로 완전히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한다.

<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 >


소설의 제사()는 실제로 소설을 집필하게 만든 문장입니다. 전공도 전공이니 만큼 이 오래된 문장은 제 안에 진득하게 남아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결국 가우스의 격언은 소설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어떤 장면들이 먼저 떠오르고, 그 뒤에 인물과, 그들의 이름, 그리고 이야기가 따라왔습니다. 소설의 첫머리에 나올만하지요.


실제로는 2022년 가을쯤에 [마음의 위상]의 초고를 썼습니다. 위상수학자 수현과 우주비행사 진영의 이야기를 바로 곁에서 들을 수 있어 집필 내내 즐거웠습니다. 읽는 순서대로 수현과 진영의 이야기를 번걸아가며 썼습니다. 쓸 때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 쓰고 나니 흐름이 자연스러운 듯해서 그대로 소설의 구성으로 남았습니다.


지금은 초고를 쓴 후로 꽤나 긴 시간이 지났지요. 그 사이 생각지 못한 퇴고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2] 소설과 나, 모두 퇴고 중

사람은 본래 혼자야. 그러니까 자꾸 뒤를 돌아보고, 보이지 않는 걸 눈 부릅뜨고 찾는다고 없던 게 생기기라도 하겠냐는 말이야. 그런 게 없어도 태어난 이유라거나, 살아갈 뜻 같은 건 스스로 정할 수 있네.

< 4. 새하얀 부재 中 >
우리 모두에게 최초의 자살이 있다.

< 15. 최초의 자살 中 >
성은이가 곁에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이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알까요. 맞네요. 차라리 모르는 편이 좋겠습니다. 힘든 일은 저만 알아도 좋으니 성은이는 행복한 일만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 28. 기억의 자리 中 >
이제 제가 갈 곳이 없어요. 갈 곳이 없다고요. 설마 여기도 사라지는 건가요. 이제 저는 어디로 가면 좋죠……

< 32. 위치와 상태 中 >
아마 우주만 알겠죠. 하지만 침묵할 테고요.

< 33. 마지막 회기 中 >


초고를 쓴 이후 연필을 놓고 생업에 더 집중했습니다. 그러던 중 타 플랫폼을 접하고 그곳에서 먼저 연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중간에 연재를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모바일 환경을 기준으로 쓴 소설이 아니었기 때문에 화면에서 보기에는 수현과 진영의 이야기 한 꼭지가 다소 길어, 각 인물의 이야기를 약 4회 정도로 나누었습니다. 문단도 나누고, 원래는 없던 소제목도 붙이고, 이야기 중간에 어울리는 이미지도 더하며 퇴고했습니다. 기존의 각 인물의 호흡이나 흐름과는 달라지겠지만, 그대로 연재하는 것은 작가의 고집인 듯했습니다. 읽는 이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하는 일도 작가의 몫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마음의 위상]은 제가 집필한 마지막 소설입니다. 그 전까지 천직이라 생각하며 정말 하루 종일 글만 썼는데요. 2년 정도 매일 썼네요. 현재 마음을 솔직히 남기자면, 부끄럽게도, 다시 쓸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다시 글을 보고, 다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종종 올라오기도 하지만 생업과 현실을 함께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사실 핑계에 불과합니다만,)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과거에 쓴 소설을 정리하여 브런치를 통해 끝까지 연재할 수 있는 경험은 제게 참으로 귀하게 남았습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브런치의 글을 보며 혼신의 힘을 다해 글을 쓰시는 작가분들이 많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자신의 을 녹여내고 개성을 담아내는 작가님들을 보며 건강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라이킷으로 표현해 주시고, 종종 댓글도 남겨주셔서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 자극과 힘이 제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은 뚜렷하게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돌아보면 [마음의 위상]의 초고를 쓴 이후, 글에게도 저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삶의 어느 부분을 빼기도 하고, 또 어느 부분은 더할 수도 있었습니다. 글쓰기에 전념했던 과거의 나에 비교하면 지금의 나는 정말이지 많이 바뀌네요. 글처럼 이 과정 또한 제 삶을 퇴고하는 과정이겠지요. 삶의 퇴고는 끝이 없을 테고요.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갑자기 뜬금없지만 혹시 노래 좋아하세요? 저는 노래를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하나에 꽂히면 하루 종일 그것만 듣는 편입니다. 사실, 마지막으로는 노래 하나 같이 듣고 싶어서 담아 왔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노래일 텐데요. 오로지 제 기준에서는 [마음의 위상]과 관련도 있습니다.




[3] 몇 날 며칠 동안 들었던 노래

너와 내가 떠난 이 알 수 없는 여행
너를 바라보다 잠이 들었는데
밤이 찾아와도 어둠이 내리지 않는
이 꿈같은 곳으로 날 데려 온 거야

빛나는 하늘과 떨리는 두 손과
나를 바라보는 너의 그 깊은 미소가
난 울지 않을래 피하지 않을래
어둠 속의 빛으로 넌 내게 머물러

< 짙은 - '백야' 中 >


소설 집필 후, 지인의 결혼식장에 노래 [백야]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바로 그날부터 플레이리스트에 추가이후 오랫동안 흥얼거린 노래입니다. [백야]를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음의 위상]의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혼자만의 내밀한 비유와 상징은 가사 한 문장 한 문장에서 소설의 장면에 가닿기에 충분했지요. 수현과 진영의 표정과 분위기, 조우의 장소, 그 이후의 삶. 이미 머릿속에서는 노래와 함께 소설의 장면이 더해져 자연스레 흘러나왔습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의 위상]이 떠오르고, 소설의 중요 장면을 다시 읽을 때면 [백야]를 듣고 싶은 마음이 불쑥 입니다.


한 번쯤 들어보셨으면 해요. 이동 중이라면 잠시 멈춰서 창가에 앉거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들으시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심이든 한적한 공원이든 푸른 하늘이든 구름 낀 하늘이든 저는 다 좋았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백야]를 들으며 이제는 연재를 진정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아래에 노래를 남겨두고 여기서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SF [마음의 위상]에 관심 가져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도 애씀 없이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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