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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복수 플랜

사랑받으며 살아아기.

by 이원희

어린이날쯤이었다. 상간년의 이름으로 택배박스가 도착을 했다.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지?'

그냥 상간년의 이름만으로도 보자마자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주체를 할 수가 없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내어 주는 것조차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 상간년이랑 살고 있다고 나한테 광고하고 있는 건가? 상간녀 소송하면서도 둘의 사이를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거짓말을 해놓고, 이제 와서 택배박스에 이름 박아 보내며 우롱하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나를 엿먹이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


'미쳤나?'

분노 가득한 나의 문자를 보고 해명이 시작되었다. 그들의 설명은 인터넷 쇼핑몰로 아이들 선물을 구매하는 아이디가 상간년이었고, 수정을 했어야 하는데 수정하지 못했다며 문자가 왔다.


'미안해 다시는 니 앞에 안 나타날게.'

이게 무슨 말인지 방귀인지 그래서 어쩌라고! 멍청한 것들은 얻어맞아야 정신 차리는 건가? 진심인지도 구분도 안되고 거짓을 일삼는 그들을 믿을 수도 없었다.


'앞으로 이유 불문하고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얼굴 보이는 순간 때릴수도있다.' 진심이었다. 나는 그년이 내 앞에 나타나면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분노했고, 또 분개했다.

그들은 나를 기만하고 가정을 파탄 낸 것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이 없단 말인가? 사과는 커녕 반성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확실한 건 '세상에서 용서받지 못한 죄'를 가지고 살아가는 마음이 평생 힘들게 살아갈 것이다. 저주라고 생각해도 된다. 그것만큼은 나 역시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 친구를 기만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상처 준 그 죗값은 니들이 젠가 꼭 받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의 다양한 복수 플랜을 위해 지인들에게 소식을 수소문해보았다. 알고 보니 이미 나는 상간년 동네에 미저리가 되어있었다. 여기저기 다니며 내가 그들의 사이를 오해해서 회사를 그만두라고 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내가 피해자인척 이중생활을 일삼는다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뭐를 덮고 싶어서 그리 안달을 하고 다녔을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한 지인은 '굳이 약속을 만들어서 한 시간을 네 얘기만 떠들고 가더라고.'난 그들에게 상간년소송 판결문만 조용히 보여주었다. 오해했다며 사과하는 이들도 있었다.

본인의 잘못을 거짓말로 꾸며서 동네 가십거리로 만들어놓은 상간년의 심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피해자 코스프레가 그렇게 하고 싶었나?


역시나. 상간년 남편도 나를 미저리로 알고 있었다. 조용히 알고 있으라며 사진 하나 보내주었다.

나만 억울하다는 단편적인 생각은 아니었다. 니 가정도 파탄 내야지 그런 마음도 아니었다.

마음먹고 뒤통수 치고 속이는데 안 속을 사람이 있겠는가. 등신짓 그만하고 정신 차리라는 의미였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상간년은 역시나 거짓말로 남편에게 이혼을 종용하고 있었다. 그래, 그들의 거짓말은 끝이 없지. 얼마나 사람을 우습게 봤으면, 저리 행동 할 수 있을까?그래도 한때는 평생사랑을 맹세했던 사람에 대한 예의도, 도리도 그리고 의리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핸드폰에 가득 들어가 있는 사진으로 불륜행각의 모습을 보게 된 상간년의 남편은 나에게 연락을 했다. 알고 싶은 것이 있으니 만나자는 것이었다. 일을 마치고 현장 근처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퍼즐 맞추듯 사실을 맞춰보고 그는 손과 발 아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 기분은 겪어보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처음 그들의 관계를 알았을 때가 떠올랐다. 그를 사랑해서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이 아니다. 뻔뻔하게 사람 뒤통수를 친 그들이 괘씸하기 때문에 그랬다.


가까운 사람의 배신은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울분을 갖게 한다. 끊어 오르는 활화산이 가슴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느낌은 그들은 알 수 있을까? 상간년은 모두를 기만했다.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만든다. 죗값을 받는 것이 무서웠을까?


이해를 할 수 있는 종자였다면 애초부터 그런 일을 하지는 않았겠지. 양심이라는 것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면 그 둘이 함께 살 집을 남편에게 거짓말하며 구해달라고는 하지 않았겠지. 아무렇지 않은 듯이 거짓말을 뻔뻔하게 하면서 집안을 들락 거리지는 않았겠지. 아버지 산소 간다고 하면서 상간년이랑 여행을 하지는 않았겠지. 그런 종자들을 이해하려고 해 봐야 나의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상간년의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나에게 이혼 상담을 해왔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고 보니 상간년이 그동안 나에게 했던 남편 욕들도 거짓말이었다.

그년의 말 중 세상 어디까지가 진실이었을까 싶다. 모든 삶이 거짓이었을까?거짓으로 채워진 그 인생이 과연 얼마나 행복할 까 싶었다. 갑자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또 무슨 오지랖인지, 내가 겪었던 감정들은 잠시 접어두고

'이혼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걱정하지 말고, 이혼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지 마세요.

본인이 뭘 원하는 건지를 알아야 이혼을 선택할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미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던 터라 그런 오지랖이 가능했으리라.

그들은 조용히 합의하에 이혼을 진행했고, 그는 한동안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고 한다.


나는 상간년의 도발을 가만히 보고만 있고 싶지 않았다. 또 다른 도발을 한다면 나는 불법행위든 고소든 불사하고 모든 일을 할 생각이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복수극을 보면 회사에 화한을 보내거나, 집 앞에 전단지를 붙이거나 하는 상간년에게 복수하는 플랜들은 무궁무진하게 많았기 때문에 정보를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 역시도 상간년 가게에 쫒아서 똥물이라도 뿌리는 복수할 플랜은 차곡차곡 모으고 있었다.

나를 거짓말로 몸 쓸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그들 역시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옥불구덩이에서 억울하게 활활 타고 있는 것 같이 너희 역시도 그렇게 만들어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주변사람들 역시 욕을 며 손가락질을 했다.

'그래 죽도록 사랑하며 살라 그래라. 그러는 연놈 들치고 잘사는 것들 못 봤다.'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본인눈에는 피눈물 흘린다'


저런 욕은 누굴 위해 해주는 것일까? 나에게 위로라고 해주는 말들인 걸까?

'내가 행복해 보이지 않는 건가?'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 둘은 지금 이 순간 다른 사람들 신경 안 쓰고 둘만 행복하자고 이기적인 행동들을 했다.

사람들은 그 둘을 욕하지만 날 버림받은 사람 취급하고, 불쌍한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았다.

아이 셋을 키워야 하는 가장으로, 남편 없는 이혼녀로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한 20년의 복수플랜을 세웠다.



사랑받고, 사랑하며 행복한 사람이 될 것


나의 이혼을 아는 가까운 지인들은 제주도를 갈 때마다 나에게 연락을 한다.

'어떻게 복수해 줄까?'

내 편들이고, 나를 생각해서 그리 얘기해 주니 고맙다.

그래서 농담으로 대답해주곤 했다. '거기 가서 많이 팔아주고 오면 된다. 양육비 받아야지'


그 둘을 용서했다는 것이 아니다. 용서해야 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지 않아도 그들에게 나의 삶이 얽매이지 않으면 된다. 내 용서와 상관없이 그들의 죗값은 알아서 받게 될 것이다. 난 내 삶을 살아가면 되는 거다. 원래 맞은 놈이 발 뻗고 자는 법이다.!


이혼은 동정받을 이유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그와 내가 맞지 않았던 것, 그리고 그들의 비겁한 행동으로 인해 내가 상처받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혼으로 내가 끝난 것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살아있고, 여전히 나를 사랑하며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이 일이 나를 무너뜨리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버려진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더 이상 가치 없는 쓰레기를 버린 사람이다.
누군가가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내 삶에서 밀어냈을 뿐이다.


이제는 나를 위해, 그리고 나의 삶을 위해 오롯이 나 자신과 함께 행복할 것이다.


이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나는 오늘도 사랑받는 사람으로, 스스로 사랑하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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