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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를 먹어치우는 벌레

김두식과 야김뚜식의 대결!

by 디오게네스

"저거다 저거."


마이클이 거대한 테이블 위에 놓인 접시를 가리켰다. 아닌 게 아니라 바삭하게 구운 소시지와 치즈가 한가득 놓여 있었다.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침이 도는 감칠맛 나는 냄새였다.


"씁... 정신 차려! 저건 인간의 요리라고. 분명 함정일 거야."


민재가 말했다. 그러나 민아는 생각이 달랐다.


"저거 엄청 비싸. 우리 엄마가 수색사 이사장이고, 아빠는 사장이라서 들어봤지. 편의점에서 털어오는 음식들 말고 저렇게 조리된 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어. 아마 킬로그램 당 천만 원이 넘을걸?"


민아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보기에도 커 보이는 소시지들은 그럼 얼마란 말인가? 저걸 다 모으면 부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이클과 민재의 마음은 파도처럼 흔들렸다.


"내가 수색사 고시 문제집에서 봤는데, 저런 건 베테랑들도 힘들어. 너.. 설마 내려가려는 건 아니지?"


마이클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민아는 이미 머리카락을 묶고 있었다.


"나중에 수색사를 물려받을 텐데, 이 정도는 해야 미래의 사장이 되는 거야. 너희도 잘 봐둬."


민재와 마이클이 무어라 말리기도 전에 민아는 능숙한 솜씨로 환풍구를 멈추었다. 그리고 날개 하나에 줄을 묶은 뒤 아래로 내려갔다. 마이클에 손에 저절로 땀이 났다.


'아따, 저러다 들키면 우짤라고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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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필자는 집에 '비즈니스 중국어' 교재를 두고 갔다.


운 좋게도 전철 타기 전에 알아 집으로 뛰어갔다. 책을 가방에 넣고 요기도 할 겸 부엌으로 갔다. 접시 위에... 접시 위에 무언가가 있었다. 세상에, 말로만 듣던 거대 바퀴벌레인가? 이럴 때가 아니다. 살충 스프레이가 어디 있더라...


마이클과 민재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그들이 보았던 그 어떤 건물보다도 커다란 거인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은 없었는데, 그들 앞에 나타난 거인은 그야말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둘은 온몸이 굳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줄... 줄! 빨리!"


먼저 정신을 차린 마이클이 외쳤다. 민아가 묶은 줄이 아직 날개에 연결되어 있었다. 둘은 정신없이 줄을 당겼다. 두 명의 힘으로도 역부족이었지만 말이다. 민아의 몸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당황한 와중에도 소시지 두 개를 옷에 꿰었다. 거인이 오기 전에 얼른 떠나야 했다.



찾았다! 얼른 뚜껑을 열고 그 괴물같이 생긴 바퀴벌레에게 뿌렸다. 바퀴벌레는 죽은 듯이 축 늘어졌는데, 세상에나, 위에 끈 같은 게 있다. 오만 가지 생각이 필자의 머리에 스쳤다. 더듬이일까, 아니면 내장일까. 그것도 아니면 기생충?


필자는 마음을 추스르고 자세히 보았다. 번쩍이는 걸 보니 알루미늄이나 철사 같았다.


'아, 김**. 또 장난이구나.'


짗궅은 필자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굳이 필자를 놀라게 하기 위해 벌레 인형을 사다가 천장에 달아 놓은 것이 분명하다. 요 앞 문방구에서 벌레 모형을 많이 판다. 조심스레 끈을 잡아당기니 끝에서 벌레 모형 하나가 또 딸려 나왔다. 이번에는 움직이는 벌레였다.


흠, 무어라 말을 하는 모양이다. 건전지로 작동하는 걸까? 요즘은 앱으로 컨트롤하는 장난감도 많으니까 이상할 건 없다. 아쭈, 옷도 입혀져 있다. 그럼 좀 비싸겠는 걸. 힘도 좋은지 계속 파닥거린다.


필자는 글 쓰고 남은 컵라면 통에 장난감을 넣고 다시 학교로 갔다. 나중에 동생에게 따져야지.


민재는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테이블 위로 의식 없는 민아와 어쩔 줄 모르는 마이클이 갇혀 있었으니 말이다. 정신을 차리자.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민재의 눈에 구석에 놓인 기구가 하나 들어왔다. 고무줄과 나무젓가락으로 만들어진 조그만 기구로, '수색사'라고 쓰여 있는 걸 보아 베테랑들이 땅으로 내려갈 때 썼던 장치가 분명했다. 민재는 그걸 줄에 연결하고 프로펠러를 돌렸다. 몇 분 정도 지나자 친구들이 있는 테이블에 내릴 수 있었다.


"야, 민아! 정신 좀 차려라!"


그가 민아를 흔들었다. 하지만 창백해진 민아는 답이 없었고 마이클은 낙심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가방에 들어 있는 물을 먹였지만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설... 설마, 죽은 거야?"


민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아의 입에서 거품이 일더니 눈에서 흰자가 드러났다. 생명이 끊어진 것이다. 민재는 그 자리에 엎드려 한참을 흐느꼈다. 얼마나 흘렀을까, 마이클이 그의 등을 두드렸다.


"그건 아마 살충제였을 거야. 우리도 위험하다고! 그 거인이 돌아오면 우리도 죽은 목숨이야."


"민아는 어떡해? 업어서라도 데려가야지."


민재가 말했다. 만약 민아의 몸이 남아 있으면 거인이 존재를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그들도 잡힐 것이다. 그들은 일단 통을 빠져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숨을 곳도 마땅히 없었다. 민재가 타고 온 기구가 있기는 했다.


"저 기구를 타고 가자."


마이클과 민재는 열심히 태엽을 돌렸다. 성공한다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구조대를 불러 민아의 몸도 수습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기구에 몸을 고정하고 태엽을 풀었다. 천천히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


통이 조금 움직였다. 죽었다고 생각한 민아가 움찔한 것이다. 결국 마이클과 민재는 기구를 버리고 돌아가야 했다.


"살아있는 거야? 답 좀 해봐!"


마이클이 민아의 몸을 흔들었다.


-칵-


민아가 기침하더니 거품을 뱉었다. 다시 눈을 뜨고 민재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거인은?"


"거인이 너한테 살충제를 뿌리고 갔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살아난 거야?"


"이거 살충제가 아니라 그냥 물인데. 아까는 물을 너무 세게 맞아서 기절한 것 같아."


민아가 말했다. 민재와 마이클은 조심스럽게 민아 옷에 뭍은 액체를 살폈다. 정말 물이 맞았던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마이클이 물었다. 민아는 대답 대신 살충제 통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고 대신 '식물'이라는 두 글자만 적혀 있었다.


"그 인간이 화초 물통이랑 살충제를 헷갈렸나 봐."


"아까 그 인간이 다시 돌아오면 어떡해? 분명 죽이려고 할 거야."


그러자 민아는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야, 변신술을 배웠다가 어디에 쓰려고? 이럴 때 쓰는 거지."


말이 끝나기 무섭기 민아는 무선조종 헬리콥터로 변신했다. 마이클은 종이비행기로 변신해 날아올랐다.


'민재야, 너도 빨리 일어나!'


민재는 민들레 씨로 변신하기로 했다. 변신하려는 순간 누군가 민재의 몸을 잡아 올렸다.


'이게 뭐지? 인형이 아니잖아? 사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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