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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달의 독백 13화

두 번의 삶

시작 詩作

by 조은영 GoodSpirit

나무는 두 번의 삶을 산다

뿌리를 내리는 본디 나무의 삶

다듬어져 다른 무엇이 되는 삶

한 그루의 나무였을 때

절기마다 잎과 꽃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잎을 떨구어내고

나무는 그렇게 해를 거듭하면서

나이테를 두르며 연륜을 더한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나무는 베어져 목재가 된다

허연 속살이 드러난 목재는

전혀 다른 무엇의 면을 드러낸다

투박한 수피를 벗겨낸

나무의 속살은 연약하다

아이의 쉽게 까지는 무릎처럼

쉽게 긁히고 쉽게 물든다

두 번째 삶을 위한 시작이다

허연 나무는 목수의 손을 거쳐

의자로 책상으로 책장으

다시 태어난다

가구가 된 나무는

해를 거듭하면서 나이를 먹는다

볕에 그을린 농부의 피부처럼

메마르고 짙어지면서 강해져

연륜을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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