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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를 잘 모릅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

by 김지웅 Jan 25. 2025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하늘을 들여다보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본다.' 

-안톤 체호프-


소중한 사람을 하늘로 보내고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간 적이 있습니다. 혼자서 잘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고, 나는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부쩍 아내와 다툼이 잦아지는 것이 신경 쓰였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더 잘 헤쳐나갈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궁금해서 상담 센터를 방문하게 된 것이었죠. 특별하게 한 것은 없습니다. 네모, 세모, 동그라미 따위로 도형을 그리는 도형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한참 화젯거리였던 MBTI 검사도 해봤어요. 인터넷상에 떠도는 것을 여러 번 테스트해 봤는데, 이게 왜 필요한 거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뭐 별다를 게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는 평생을 E(외향형)로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알고 보니 I(내향형)이었던 것입니다. 타고난 성향은 I(내향형)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필요 때문에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억지로 노력해 왔습니다. 내가 외향적인 사람인 것으로 믿고 그런 사람처럼 흉내를 내며 사람들을 만나고, 웃기려고, 재밌으려고 하면서 살아왔죠.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척을 하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담사 선생님은 저 자신이 감정을 느끼는 것에 둔감하고,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놀랍게도 아내에게 몇 번인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힘들거나 고민하는 게 있으면 말해야 알지,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라고 말이죠. 저는 제일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내 속을 알아줄 거라고 믿었는데, 큰 착각이었습니다. 아내와 다툼이 잦아졌던 이유가 여기서 드러났습니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나의 내면을 다독여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멈추고 나 자신에게 안부를 묻는 것이죠. 잘 지내냐고, 괜찮은 거 맞냐고.


기형도 시인의 시, 질투는 나의 힘에 나오는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우리는 생을 살면서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많이 만들지만 나 자신은 잘 돌보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부디 나의 마음속 깊은 하늘을 바라보고, 마음의 평화를 찾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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