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다롱 오피스텔링_회사생활 추억한다.
초년생 때의 나는 오로지 적금 모으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집도 어려웠지만, 내게는 돈을 모아 독립을 해서 나만의 공간을 갖고 살겠다는 강력한 목표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꿈이 있다면, 내게는 그게 공간이었다. 나는 내 공간이 갖고 싶었다. 간절하게.
20대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집을 사야겠다'라고 결심했다.
급여의 80% 정도는 적금을 들고, 나머지로 차비, 점심값을 해결하던 때였으니, 화장품도 저가만 옷도 보세옷만 골라서 잘 매치해서 입고 다녔다. 20대였기에 가능한 게 아니었나 싶다. 젊음은 많은 것을 커버해 주기 마련이니까. 돈을 아끼느라 친구들을 자주 만날 수 없으니, 그 시기의 나는 책을 참 많이 읽었다.
통근시간이 멀었기에 더 피곤했던 초년병 시절, 늘 종종거리며 살았다.
그때는, 나처럼 돈을 아끼며 사는 선배언니들도 있었지만, 옷과 구두 화장품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치장하는 언니들도 있었다. 그 당시, 우리 회사는 소공동 근처여서, 퇴근길이면 백화점과 상점들이 화려하게 펼쳐진 길을 가로질러 가야 했다. 이미 그때도, 그들은 명품 브랜드를 꽤 많이 알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몇몇 상사와 미국으로 해외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여자 선배 두 사람과 동행했는데, 모두 치장을 많이 하는 부류여서, 저녁시간이 되면 우리는 호텔 주변 쇼핑몰을 구경하곤 했다.
저녁시간, 우리는 쇼핑몰에 갔고 언니들은 수입화장품 브랜드를 샀다.
갤랑 색조화장품, 클라란스 영양크림, 랑콤 파운데이션, 샤넬 립스틱... 그런 것들을 쇼핑했던 것 같다.
안 산 사람은 나뿐이었다. 하지만 수입 화장품이 피부에 잘 맞지 않았던 나는 크게 개의치 않았고, 같이 즐겁게 구경하고 호텔로 돌아와, 상사들과 1층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oo만 쇼핑을 안 하더라고요. 영양크림 하나 들었다 놨다 하고는, 결국 안 샀어요.
얘기를 들은 상사는 웃기만 하셨고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출국길에 공항 면세점에 몇몇이 들러 쇼핑을 더 했고, 선배 언니 하나는 작은 구찌백을 사서는 비행기 안에서 바닥에 내려놓지도 못한 채 신줏단지 모시듯 품에 안고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웃음)
상사분들도 가족들에게 줄 약간의 선물을 사시는 것 같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며칠 후, 상사가 퇴근 즈음에 나를 부르시더니 작은 쇼핑백 하나를 주셨다.
살짝 보니, 랑콤 화장품 세트였다.
젊고 예쁠 때 다 해봐! 인생은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거든.
마음이 찡했고, 감사했고, 또 한편으로는 그 충고가 와닿았다.
그래, 내가 아직 20대의 빛나는 청춘이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었다.
랑콤은 내 피부엔 잘 맞지 않아서, 그 세트를 얼굴에 쓰지는 못했고, 핸드크림 / 바디크림으로 잘 썼다.
그 상사의 그 말은 나이가 들면서 가끔씩 떠오르는 좋은 조언이다.
돈과 현실에 매몰되어 나를 잃어버릴 때마다 감사한 추억이 된다.